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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글세대의 글 쓰는 방법-정희섭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8. 25.

한글세대의 글 쓰는 방법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정희섭 기자

jheesup3@naver.com

 

‘글쓰기’하면 떠오르는 소리가 뭘까? 펜이나 연필이 종이에 긁히는 ‘사각사각’의 소리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오늘 필자의 기사를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톡톡, 탁탁”의 소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 당신은 디지털 세대에 조금 더 익숙해져 있을 것이라 본다.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 앞으로의 내용을 더욱 집중해 주길 바란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사실 연필이나 펜을 잡지 않아도 얼마든지 글을 써서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글씨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고 있는가? 손 글씨 카드를 받거나 공책이라도 빌려보지 않는 이상 알 방도가 없는 것이 요즘 모습이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불러 주시는 글을 받아쓰기 하면서 한글을 배웠던 우리들, 수업 전날 연필을 돌려 깎으며 설레는 마음을 안았던 우리의 모습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부터,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동시에 한글세대인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손 글씨 쓰기 문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것은 현 시대의 ‘필사’ 열풍이다. 책이나 이미 있는 문구를 베껴 쓴다는 뜻의 필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공부용’ 이라기보다 ‘위로’와 ‘치유’의 기능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지식 전수 방법 중 하나인 필사가 디지털에 지친 현대인들의 취미로 재탄생한 셈이다. 필사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취미로 하는 필사가 꼭 내용 이해가 목적이라기보다 무엇인가에 몰입하면서 다른 생각을 떨치게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분주함과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이 자신만의 손 글씨로 무언가를 필사하는 것은 그 만큼 필사가 이 혼란스런 사회의 ‘해독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필사화 함께 최근 성행하고 있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말로는 ‘멋글씨’라고 부른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주변의 영화 포스터들이 컴퓨터 서체가 아닌 손으로 쓴 글씨체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이 글씨들을 바로 이 글씨들을 바로 캘리그라피라고 한다. 캘리그라피란 ‘손으로 그린 그림 문자’라는 뜻이나, 조형상으로는 의미전달이라는 문자의 본 목적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과 글자 자체의 독특한 모양과 예술적 효과로 글씨 이상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방법이다. 디지털 시대 정형화된 글씨체나 폰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캘리그라피를 만드는 것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상품화하여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도 있다. 작게는 소주나 각종 생활용품 상표부터 영화 포스터, 팬시 용품 디자인, 책 문구 등에 활용되고, 더 넓게는 각 방송사들이나 공공기관 등의 구호(슬로건), 광고  문구 심지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문구에서 사용하는 문양 디자인까지. 우리 주변의 글 대부분이 멋글씨인 캘리그라피로 쓰여있다. 캘리그라피는 그만큼 우리 생활에 친숙하게 활용되고 있다. 

고 신영복 선생의 육필은 유명해져 소주 ‘처음처럼’ 상표에 쓰이기도 했다.

우리 한글의 24개 기본 자음과 모음은 그대로 있다. 하지만, 한글을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은 시대가 갈수록 진보하거나 역설적으로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

 

글자를, 그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보여주고자 하는 느낌까지 담아서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닌가. 그림처럼 쓰는 글은 아니라도 설레는 마음으로 정성을 가득 담은 손 글씨 엽서로 라디오 사연을 공모하던 그 때의 감성을 가끔씩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tvN 2015년 11월 21일 방송된 ‘응답하라 1988’ 방송화면 캡쳐

세종대왕은 어려운 글자가 아니고 만백성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창제하여 지식 독점을 막으려 했다. 사용하기 쉬운 현대의 인터넷 문화나 그림글자 문화를 이미 600여 년쯤 전에 세종대왕은 아주 배우기 쉬운 한글을 창제하여 특권층의 지식 독점과 이로 인한 권력의 그릇된 정체를 타파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 마음을 헤아린다면, 지금 옆에 있는 펜과 종이를 들어 나만의 글씨와 나만의 방법으로 한글을 적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모든 사람이 예쁜 손 글씨를 쓸 필요는 없다. 다만, 각자의 개성이 물씬 풍기는 손 글씨가 요즘 같은 디지털 열풍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조금은 기대해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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