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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광화문 광장,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 한글날에-이민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0. 18.

광화문 광장,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 한글날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3기 이민재 기자

2942207@naver.com

 

빠아앙! 주말에도 쉬지 않고 도로에는 차들이 달린다.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혹은 학교. 다시 반복되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새 달력이 생기는 새해 초마다 우리가 꼭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올해 공휴일은 며칠인지 확인하는 것. 2016년 올해 한글날은-공휴일이지만, 일요일이고 대체공휴일도 없다. 하지만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도 이날 많은 사람이 광화문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사람들이 붐비던 10월 9일 광화문 모습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한글날이요.” 올해 10월 9일은 570번째 한글날이다. 한글의 옛 이름인 훈민정음은 서기 1443년에 완성, 3년의 시험 기간을 거쳐 1446년에 반포됐다. 이후 1926년 11월 4일, 조선어학회는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제1회 ‘가갸날’을 지정했다. ‘가갸거겨’의 ‘가갸’를 빌려와 이름으로 삼은 가갸날은 2년 후인 1928년 한글날이란 이름을 찾았다. 초기에는 훈민정음의 정확한 반포일을 몰라 한글날의 날짜가 자주 변동됐지만, 1940년 7월에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와 있는 반포한 날짜가 나와 있어 이를 양력으로 바꿔 오늘날의 10월 9일이 한글날이 됐다.

‘붓을 휘두른다.’ 휘호경진대회가 한창인 광화문 광장

참가자 남명호 씨의 휘호

광화문 2번 출구를 나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빛의 한복이었다. 광장에서는 휘호경진대회가 한창이었다. 한 획 한 획 붓을 놀리는 눈빛들이 예사롭지 않다. 웅성웅성 시끄러운 주위소음이 들리지 않는 듯하다. 이윽고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처럼 한글 또한 쓰는 이에 따라 단순한 문자가 아닌 예술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글 옷이 날개] 우리말 가꿈이

우리말처럼 우리 옷도 아름답지 않나요?

광화문 북측 광장에 마련된 보조무대에서는 우리말 가꿈이의 [한글 옷이 날개]라는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글문화연대 우리말 가꿈이는 우리말과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대학생 단체로 벌써 11기를 맞고 있다.
무대 행사인 번개춤사위 외에도 이 날 우리말 가꿈이의 활동은 두드러졌다.

 

“한복은 왜 입고 계신 건가요?”
“한글날이잖아요. 이런 날 아니면 또 언제 입어보겠어요.”
광장 곳곳에는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우리말 가꿈이 친구들도 있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까요? ‘보내세요’ 일까요?”
“파이팅의 순우리말은 아리아리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한글 전파 활동을 포함해 올바른 우리말과 한글 사용 서약, 타투와 퀴즈 등 여러 가지 활동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었다.

투표하는 휴지통 – 어이가 없네?

시민 꽃 바치기 [한글 사랑해]

볼거리, 참여활동은 이외에도 풍성했다. 무대에는 관현악 연주, 난타 등 다양한 공연가이 이어졌고 한글필통 만들기, 시민 꽃 바치기, 투표하는 휴지통 등 이색적인 활동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이없다’일까, ‘어의없다’일까?”
“어의없다고 읽을 때는 어이없다!”

 

“아니야. ‘어이없다’가 맞아.”
옆에서 아이와 같이 온 한 어머니의 말이 들린다.

 

“오늘 광화문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한글날이라 행사 한다고 하기에…….”
“평소에 한글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

세종대왕님의 눈물이 베인 편지
어쩌면 저 질문은 나 자신에게 던진 질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한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스스로도 제대로 된 된 답을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높이 평가받는다는 한글, 우리는 과연 한글을 올바르게 쓰고는 있는 걸까. 이날 의아했던 것은 한글날을 축하하는 행사임에도 곳곳에서 외래어가 보였다는 점이다. 캘리그래피, 타투, 퀴즈 등 이런 말들은 멋글씨, 몸글씨, 문제풀이 같은 우리말을 써도 되지 않았을까. 다른 날도 아닌 한글날에도 외래어들이 난무하는 현실. 빗물에 젖은 세종대왕님께 보내는 편지가 마치 눈물에 젖은 듯이 보이는 게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미래의 한글 선구자, 자라나는 아이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기유학이 인기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것을 먼저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표준어가 뭔지 모르는 애들도 늘어가고 있잖아요.”


그래서일까. 최근 교육부는 초등학생들의 한글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올바른 한글 사용. 당연시돼야 할 의무가 이젠 숙제가 되어버렸다. 종종 온라인상에서도 맞춤법조차 틀리는 경우가 보인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우리부터 한글을 아끼고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단순히 한글에만 반짝 관심을 가지고 광화문을 찾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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