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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44

by 한글문화연대 2013. 9. 13.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44
2013년 9월 13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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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림] 국제 회의 자원봉사자 모집(~09/24) + 표어공모전(~09/25) + 한글옷 공모전(~09/15)



한글문화연대는 청소년들이 우리말과 한글의 소중함과 바른 언어생활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고자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 표어 공모전'을 엽니다.
청소년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09/25)
* 1등 표어의 주인공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드립니다.
▶ 더보기
 


한글문화연대는 567돌 한글날을 기리며 우리말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한글옷 공모전'을 엽니다. 요즘 우리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외국어가 쓰인 옷을 많이 입습니다. 우리말과 한글도 멋진 무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공모전으로 누구나 자연스럽고 멋있게 한글옷을 입게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참여해주세요.(~09/15) ▶ 더보기

한글문화연대는 올해부터 한글날을 국경일이자 공휴일로 지내며 기리게 된 것을 기념해 올 10월 7일에 국제학술회의를 엽니다.

이에 통역, 안내, 진행 등 국제학술회의 함께 치를 자원봉사자를 모집합니다.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정과 역량을 가진 분들의 많은 지원을 바랍니다.(~09/24)

▶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거짓말시키는 사람은 누구?_성기지 학술위원

“시키다”는 ‘무엇을 하게 하다’는 말로서, “일을 시키다”, “공부를 시키다” 들처럼 쓰인다. 또는 앞말에 붙여서, “안심시키다”, “실망시키다”, ‘이해시키다’, ‘입원시키다’ 들처럼, ‘안심하게 하다’, ‘실망하게 하다’, ‘이해하게 하다’, ‘입원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가령, “취직시키다”고 하면, 자기가 취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취직을 하게 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쓰는 사례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시키다’가 붙어서 사동을 나타내는 말이 아님에도 마구 붙여 쓰는 사례들이다. 텔레비전 방송의 어느 연속극에서 보니, “남편을 설득시켜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어법에 맞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해 보세요.”라고 써야 한다. 이와는 다른 상황, 곧 누군가에게 남편을 설득하게 해 보라고 할 때에, “그에게 남편을 설득하도록 시켜 보세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신문에 “검찰의 보강 수사로 아무개 씨를 구속시켰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때에도 ‘구속시켰다’고 하면 ‘(남을) 구속하게 했다’는 뜻이 되므로 이 문장도 잘못 된 것이다. 남에게 구속하도록 시키지 않고 검찰 또는 경찰이 직접 주체가 되어 아무개 씨를 구속한 경우이니, “검찰의 보강 수사로 아무개 씨를 구속했다.”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시키다’를 잘못 쓰고 있는 사례는 이외에도 “주입시키다”, “유발시키다”, “분리시키다”, “결합시키다” 등 아주 많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누구누구에게 “거짓말시켰다.”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잘 새겨 보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도록 내가 시켰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내가 거짓말을 한 경우라면, “거짓말(을)시켰다.”가 아니라, “거짓말(을)했다.”로 말해야 한다

  ◆ [우리나라 좋은 나라]퓨전이라고 하는 것_김영명 공동대표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다. 한 20년 이상 되지 않았나 싶다. 어려운 학술·과학 용어이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마주치는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앞의 것에 대해서는 말할 능력이 없으니 뒤의 것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퓨전은 혼합, 혼종, 섞임이라는 뜻이다. 더 전문 용어(?)로는 짬뽕이다. 이것저것이 섞였다는 말인데, 일상생활과 일상 문화의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국악과 양악의 섞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섞임, 한식과 양식의 섞임, 한옥과 양옥의 섞임 등등이다. 이런 퓨전이 음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주거 공간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섞인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지만, 어떻게 보면 세상에 안 섞인 문화가 있을 수 없으니 퓨전 아닌 것이 어디 있나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퓨전이라고 하는 것은 대개 좀 더 두드러지게 이질적인 것들을 의도적으로 섞어 놓은 문화 현상을 가리킨다. 예들 들어 퓨전 한정식 같은 것들이다. 퓨전 한정식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나는 음식 가운데 가장 싫어하는 것이 퓨전 한정식이다. 물론 개장국이나 뱀탕, 원숭이 골 요리 같은 것은 이런저런 까닭으로 먹지 못하지만, 그런 것 말고 음식점에서 보통 먹을 수 있는 것 가운데 말이다. 나는 빈자 근성이 있는지 어찌 된 판인지 으리으리한 한정식보다는 허름한 가게의 4,000원짜리 백반이 더 맛있다.

내가 퓨전 한정식을 싫어하는 까닭은 비싼 값에 비해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점도 있지만, 도무지 한식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방식 때문이다. 한식은 다 알다시피 여러 요리와 반찬을 한꺼번에 늘어놓고 밥과 국을 함께 먹어야 간이 맞고 맛도 있다. 그런데 퓨전 한정식은 서양 요리를 흉내 낸다고 (그래서 퓨전!) 코스 요리로 만들어, 요리가 하나씩 들어오니 먹기가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맵고 짜고 신 요리를 밥도 국도 없이 먹으라 하니 이게 될 말인가? 그래서 그렇기도 하고 또 외국인을 위한답시고 한국 요리의 특징인 맵고 짠맛을 희석해 버리니, 이게 도무지 정말 한식인지 어리둥절하게 된다.

그뿐인가? 한정식이라고 하면서 샐러드에 일본식 회에 초밥에 탕수육까지 나온다. 이거야말로 한식이 아니라 진정한 ‘짬뽕’이다. 이렇게 해 놓고서 한정식이라고 하니 한식이 길을 잃고 헤맬 수밖에.

한국에서 퓨전이라고 하는 것의 정체가 대개 이렇다. 퓨전 국악은 국악과 양악의 혼합이라지만, 더 엄밀히 말하면 국악이 양악으로 변질된 것이다. 가장 뚜렷한 증거로, 퓨전 음악은 국악 방송이나 국악 프로그램에서 틀어주지 양악 프로그램에서는 안 틀어준다. 시장이 줄어들고 양악의 공세에 밀리다 보니 국악이 살아남을 궁리로 양악화 하는 것이 퓨전 음악의 본질이다. 양악에 국악적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도는 애당초 별로 없고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 않나? 전문가가 아니라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여기고 있다.

오래된 서울 동네인 삼청동 거리를 여자들이 좋아하고 문화 애호가라는 사람들이 좋아한다. 거기 들어선 카페와 서양 음식점들의 분위기를 나라고 싫어하겠는가? 나는 그러나 삼청동의 한옥들이 퓨전 가옥들이 되어가는 것이 슬프다. 그래서 그곳에 가기를 싫어한다. 서양적인 카페 분위기는 서양에서 즐기고 싶고, 한국에서라면 서울 강남이나 분당 정자동 같은 신흥 지역에서 즐기련다. 삼청동에서는 고풍스러운 한국의 전통을 맛보고 싶다.

어느 나라의 문화든지 다른 나라로 들어가면 현지 문화와 어울려서 퓨전 문화가 된다. 한국 불고기가 일본으로 가면 야끼니꾸가 되고, 미국의 햄버거가 한국에서 김치 햄버거로 거듭나는 이치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문화가 다른 나라로 수출되었을 경우의 일이지, 위의 보기에서처럼 본국 자체에서 외국의 영향을 받아 변질되는 경우가 아니다. 말하자면 한국 불고기가 일본에서 역수입되어 한국 안에서 야끼니꾸처럼 되거나, 국악이 잘 안 팔리니까 한국 안에서 피아노, 플루트의 도움을 받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지금 퓨전 문화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전통문화가 외국의 영향을 받아 외국식으로 바뀌는 문화이다. 그만큼 한국의 전통이 변하고 문화 양상이 외국처럼 되어 간다. 문화는 어차피 변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거의 언제나 외국화 되기만 하고 외국 문화를 변화시키지는 못하니, 그것이 씁쓸한 것이다. 퓨전 문화를 좋아하는 것은 개인 취향이지만, 좋아하더라도 그 진정한 의미를 한 번쯤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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