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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사대주의에 대하여(5)

by 한글문화연대 2017. 3. 16.

[우리 나라 좋은 나라-67] 김영명 공동대표


사대주의에 대하여(5)

 

2017년 2월 25일 에스비에스(sbs) [1065회,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자료 화면

2017년 1월 부산 영사관 앞에 시민단체 회원들이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하자 시 당국에서 이를 압수하여 보관하였다. 그러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이에 못 이겨 시 당국은 소녀상 을 돌려주고 그 설치를 묵인하였다. 이는 명백하게 양국 합의에 배치되는 일이다. 일본이 주한 대사를 초치하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 외교부는 찍소리를 못했다. 자기들이 저지른 죄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언제 소녀상을 철거하겠다고 했느냐 소녀상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했지.’ 하면서 우물쭈물 발뺌을 한다. 왜 그러세요, 선수들끼리? 양국 합의에 따르면 일본 측 말이 옳다. 그들의 행동이 심해서 그렇지. 그런데 양국 합의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 합의를 파기할 수 있을지 재협상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으로서 이 합의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엉터리 졸속 합의나 협정들은 박정희 정부 때 맺은 한일기본합의서(1965)에서부터 쭉 내려온다. 그때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에게서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금 2억 엔과 차관 4억 엔을 받고 국교 정상화를 하였다. 그러면서 ‘이로써 양국 간의 법적인 문제는 끝났다.’고 합의하였다. 액수가 또 문제다. 그렇게 적은 액수는 일본에게 점령당한 나라들이 받은 배상금 중 가장 적은 액수이다. 그리고 그 명칭도 일본은 배상금이 아니라 경제협력자금이라고 하였다. 급전 앞에서 모든 걸 다 내주는 신용불량자도 아니고 참... 더 문제는 그 협정 때문에 민간인이 일본 측에 배상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양국 간에 모든 법적인 문제가 끝났으므로. 그래서 그 뒤 강제 징용 당한 사람들과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대부분 배상 소송에서 지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위안부 문제도 그래서 더 꼬였다. 다 해결되었는데 왜 또 들고 나오느냐? 일본 측 주장이다. 그래서 그 10억 엔도 위로금이지 절대 배상금이 아니다. 잘못하지도 않고 다 해결된 문제에 대해 배상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일본 측 생각이다. 

 

그렇다고 일본하고 이런 일로 관계가 틀어진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그들은 그들, 우리는 우리대로 주장하고 사이 나빠지면 나빠진 대로 살면 된다. 한일 관계 나빠진다고 우리에게 큰 일 나는 것도 아니다. 일본 정부가 주한 대사를 소환했지만 답답한 건 우리만이 아니다. 그들도 대사 없으면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경제적으로 필요하면 물건 사 갈 것이고, 우리도 사 올 것이다. 관계 좋은 것이 나쁜 것보다 물론 좋지만, ‘관계 개선’이 역사적,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보다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경제 보복 협박을 가하고 실제로 보복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이 중국 인민들 화장품 구입까지 제한할 수도 있겠지만 다 필요하면 사 쓰게 되어 있다. 단기간 경제적으로 손해 보더라도 그것 자체가 역사적, 정치적, 도덕적 정당성보다 우선 고려 사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쨌든 돌아보니 한국 정부가 하는 외교라는 것이 어찌 다 이따위인지 한숨이 나온다. 모두 우리 자신의 주체적 외교 노선과 윤리 의식을 가기지 못하고 강대국에게 끌려 다니는 사대주의 때문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중요한 한 대외적 속성이고, 이것은 현대 이전의 대외관계에서부터 계속 이어져 우리의 치부이다. 덧붙여 경제 우선의 천민자본주의적 심성이 다른 가치들에 우선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지배적인 세력에게 민족주의보다 사대주의가 강하다는 것은 곧 한국 전체를 지배하는 이념 또는 정서가 민족주의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인 사대주의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제 한국도 어느 정도 성장하여 중견국이 되었는데, 이에 걸맞게 대외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대주의를 극복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사대주의 극복을 민족주의적 목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굳이 어떤 주의로 이름 지을 필요 없는 성장하는 중견국으로서 당연한 목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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