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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말의 장단음 - 김수지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3. 31.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지
suji950@naver.com


영어의 강세는 말할 때 영어를 더 영어답게 들리도록 만든다. 우리말에도 영어의 강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소리의 길고 짧음을 의미하는 장단(長短)이다.


우리말은 소리가 길고 짧음. 즉, 장단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밤:은 밤에 먹어야 제맛이다.’, ‘눈:이 눈에 들어가 눈물이 났다.’ 모두 이와 같은 문장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말은 장단음을 지킬 때 그 뜻이 더욱 잘 전달되고 말의 운율이 살아나 더 품위 있고 아름답게 들린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고 있더라도 장음을 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몇 가지 장단음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음인지, 단음인지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고의로 불을 지르는 것을 의미하는 방화(放火)는 [방:화]로 길게 발음하는 장음에 해당한다. 반면 같은 방화라도 불을 막는 것을 의미하는 방화(防火)는 [방화]로 짧게 발음한다. 또한, 어른을 뜻하는 성인(成人)은 [성인]으로 발음하지만,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뜻하는 성인(聖人)은 [성:인]으로 길게 발음해야 그 뜻이 정확해진다. 사람 성씨에도 장단음이 존재한다. 한글로는 똑같이 표기하지만, 한자가 다르므로 소리의 길이를 다르게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둘째로 많은 성씨인 ‘이’ 씨도 여기에 해당한다. 오얏 이(李)를 사용하는 이 씨의 경우 [이:]로 길게 발음한다. 하지만 이(伊) 씨와 이(異) 씨는 짧게 [이]로 발음한다. 물론 요즘은 이걸 구분하지 않고 발음한다. 이 외에도 장음으로 발음해야 하는 성씨는 심(沈) 씨, 공(孔) 씨, 신(愼) 씨, 마(馬) 씨 등이 있다. 또한, 우리나라 지명에도 장단음이 있다. 발음에 따라 가리키고자 하는 지역이 달라질 수 있으니 꼭 알아두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광주가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광주(光州)를 사용하며 짧게 [광주]로 발음한다. 반면 경기도 광주는 광주(廣州)는 [광:주]로 ‘광’을 길게 발음해야 한다.

 

반면, 원래는 장음으로 발음해야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단음으로 발음하기도 한다. 단음절인 용언 어간에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가 결합될 때가 이에 해당한다. ‘감다’는 [감:따] 라고 발음해야 한다. 하지만 뒤에 ‘-으니’가 붙어 ‘감으니’가 되면 [가므니] 라고 발음한다. ‘신다[신:따]→신어[시너]’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용언 어간에 피동 혹은 사동의 접미사가 결합되는 경우이다. ‘꼬다[꼬:다]→꼬이다[꼬이다]’와 ‘밟다[밥:따]→밟히다[발피다]’를 예로들 수 있다. 이에 더하여 복합어의 경우에는 본래 단어의 길이와 상관없이 짧게 발음하는 것이 법칙이다.

 

우리말에는 수많은 장단음이 존재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모든 장단음을 알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검색만 하면 모든 것이 나오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검색을 통해 장단음 몇 개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어떨까? 이런 사소한 지식이 우리를 더 빛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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