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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순우리말만이 우리말인 게 아니에요! - 장진솔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6. 30.

순우리말만이 우리말인 게 아니에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장진솔 기자
jjsol97@naver.com

 


얼굴, 불경기, 버스, 보드카, 가라오케, 몰래카메라. 이 여섯 가지 단어 중 우리말은 과연 몇 개일까? 오직 ‘얼굴’만이 우리말일까? ‘얼굴’, ‘불경기’ 두 가지가 우리말일까? 정답은 바로, 여섯 개의 단어 모두가 우리말이다. ‘얼굴’, ‘불경기’, ‘버스’는 그렇다고 해도 ‘보드카’, ‘가라오케’, ‘몰래카메라’가 어떻게 우리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기사를 끝까지 잘 읽어보시라.

 

이 여섯 단어의 비밀을 파헤치기 전에, 먼저 우리말과 ‘한국어’가 무엇인지부터 알고 가자. ‘한국어’란 어휘 그대로,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이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전 세계에서 약 7,700만 명이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당사자인 우리는 한국어를 ‘우리말’이라고 지칭한다. 이 기사에서는, 우리말(한국어)의 어휘 체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어휘는 끊임없이 창조되고 또 소멸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사라지기에 우리말 전체 어휘의 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못하다’와 ‘못 하다’의 차이 알아보기) 그러나 우리말의 어휘가  계속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며 무수히 많더라도 그저 산만하고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어휘는 분류된다. 우리말 어휘를 분류하는 기준으로는 크게 어원, 품사, 의미 범주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할 기준은 바로 ‘어원’이다. 어원을 기준으로 나눈 우리말의 어휘 체계는 순수한 고유의 말과 한자어, 그리고 외래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 어원에 따른 어휘의 종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는 바로 언중이 본디부터 써 온 고유어다. 고유어는 옛 문헌에서 최초 출현형을 찾을 수 있거나, 본래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쓰여 지금은 모두가 고유어로 생각하는 어휘들을 말한다. 흔히 ‘우리말’이라고 하면 일차적으로 떠올리는 ‘순우리말’이 바로 이 고유어이다. 앞서 나온 여섯 단어들 중 ‘얼굴’이 바로 이 고유어에 해당한다. 

 

둘째는 한자어다. 한자어는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우리말은 한자 문화권의 특성상 한자를 이용하여 표기한 어휘가 많다. 우리말 어휘 중 절반 이상이 바로 이 한자어이다. 한자어는 또 중국계 한자어, 일본계 한자어, 범어계 한자어, 몽고계 한자어, 한국 한자어로 상세히 나누어진다. ‘불경기’가 바로 이 한자어 중에서도 일본계 한자어에 해당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머리를 다쳐서 헤딩을 잘 못 해요’>

셋째는 외래어이다. 외래어는 외국에서 들어온 말이 우리말처럼 쓰이는 단어들을 말한다. 한자어를 제외한 외래어 중에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서구에서 들어와서 우리말로 정착된 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또한, 일본어와 중국어, 타이어 등 동양에서 유입된 것들도 있다. 우리말의 외래어 중에는 영어에서 온 것이 가장 많다. ‘버스’도 바로 영어에서 온 외래어에 속한다. 영어 다음으로 개수가 많은 외래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러시아어, 그리스어, 일본어의 순이다. ‘보드카’는 러시아어가, ‘가라오케’는 일본어가 유입되어 만들어진 외래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외래어와 외국어의 혼동이다. 대부분 외래어와 외국어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외래어와 외국어는 전혀 다른 것이기에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외래어는 위에서 말했듯, 어원은 외국어에 있지만 오랜 기간 쓰이면서 토착화되어 우리말의 한 종류가 된 어휘들을 말한다. 하지만 외국어는 우리말이 아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 자체를 말한다. 외래어와 외국어는 대체할 수 있는 우리말의 여부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버스’라는 외래어를 대체할 만한 낱말이 없지만, ‘okay’라는 영어는 ‘응, 그래’와 같은 말로 대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혼종어가 있다. 혼종어는 서로 다른 언어에서 온 말이 결합한 단어를 말한다. ‘고유어+한자어’, ‘고유어+외래어’, ‘한자어+외래어’, ‘고유어+한자어+외래어’와 같이 다양한 조합의 혼종어가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기존 어휘의 파생과 합성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특히 신조어에서 이러한 혼종어가 많다. ‘몰래카메라’도 혼종어, 그중에서도 ‘고유어+외래어’의 유형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매우 다양한 유형의 어휘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외국어도 비슷하게 구분될 게다. 단순히 순우리말인 고유어 말고도, 한자어, 외래어, 혼종어도 모두 우리말에 포함된다. 흔히들 순우리말만이 우리말인 것으로 착각하거나 순우리말을 한글이라고 오해한다. 제대로 구별할 줄 알고 이러한 한국어의 어휘 체계에 대해 잘 이해하여 우리말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참고.
홍종선 외 20명,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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