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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손으로 읽는 글, 점자 - 이한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6. 30.

손으로 읽는 글, 점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이한슬 기자
lhs2735@naver.com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문자가 있다. 바로 손으로 읽는 글 점자이다. 점자는 종이에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든 문자이기에 점자로 불린다. 한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빛이 되었다면 점자 역시 시각장애인에게 빛이 되었다. 시각장애인의 빛인 점자에 대하여 살펴보자.

 

점자는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점자라는 개념은 프랑스의 시각장애인이었던 브라유가 1842년 다른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어둠 속에서 손으로 읽어야 했던 비밀암호를 차용하여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898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인 선교사 홀이 미국에서 사용하는 점자의 한 종류인 뉴욕 포인트를 변형하여 ‘평양 점자’를 만들었다. 그러나 평양 점자는 자음의 초성과 종성이 구별되지 않는 등 미흡한 점이 있어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이후 1913년 조선 총독부가 일본의 점자 체계를 가져와 제생원을 통해 국내 시각장애인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다. 이때 제생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송암 박두성 선생과 제생원 학생들은 비밀리에 한글 점자를 6점 점자로 만들어 ‘훈맹정음’을 창안하여 발표했다. ‘훈맹정음’이 발표된 것이 1926년 11월 4일이었기에, 지금도 11월 4일을 점자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해방 이후에도 훈맹정음은 계속해서 수정 및 보완이 되었으며 1982년에 당시 문교부(현재 교육부)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는데 혼란이 일지 않도록 ‘한국점자통일안’을 발표해 오늘날의 점자가 확립되었다.

 

훈맹정음 제작자 송암 박두성 선생

최초의 한글 점자 ‘훈맹정음’

 

점자는 어떻게 쓰이는가?

우리 점자는 점 6개로 문자와 부호를 나타내며, 나라마다 독자적인 점자 체계가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982년 지정된 ‘한국점자통일안’을 약간 개정하여 사용한다.

▲ 한글 점자 통일안 중 자음, 모음 일부

 

점자는 점을 찍고 안 찍고에 따라 총가지로 표시할 수 있어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일반 문자 즉 한글을 쓰는 방식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 초성과 종성을 다르게 인식한다. 따라서 초성과 종성의 점자가 다른 모양이다.
● 초성 ‘ㅇ’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적고자 할 때에는 ⠛로 표시할 수 있다.
● 초성(ㅇ 제외) + ㅏ의 경우, ㅏ를 생략한다.
● 초성에 ㄲ, ㄸ, ㅃ, ㅆ, ㅉ을 적을 때에는 ㄱ, ㄷ, ㅂ, ㅅ, ㅈ 앞에 된소리표를 적는다.

 

또한 점자는 ‘점자판’이라는 도구로 점 칸에 송곳처럼 생긴 점필을 이용하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간다. 다만 읽을 때는 뒤집어서 기존 문자와 같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 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시각장애인의 비율은?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시각장애인 중 점자 해독이 가능한 비율은 실제로 5.2%밖에 안 된다.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의 수는 점자를 주된 문자로 사용하는 인구의 약 2.5배로 추정한다고 한다. 실제로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이 적은 이유는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맹’이 아닌 저시력자이기에 한글이 크게 쓰인 책이나 대신 읽어주는 대독 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점자 체제의 복잡함으로 인해 배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점자가 얼마나 어렵기에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일까? 기자가 직접 점자를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배워 보았다.

▲ 점자 어플리케이션 “점을 찍자”

 

시중에는 점자 학습 관련 앱이 이미 상당히 많이 출시되어 그중 하나를 통해 점자 자체를 배워 보았다. 그런데 점 6개로 이뤄진 점자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헛갈렸다. 게다가 한글 체계와 달리 종성이 초성과 달라서 알아야 할 게 초성, 중성, 종성 3가지나 된다. 초성과 종성은 같은 소리 혹은 글자로 인식하는 상태에서 종성을 따로 외우는 건 꽤 복잡했다. 기자는 초성을 어느 정도 헛갈리지 않고 다 외우기까지 10분 걸렸다. 중성은 15분, 종성은 15분 걸려 모두 한글과 연관지어 낱낱의 글자를 외우는 데만 40분을 써야 했다. 여기에 단어나 문장을 표현하는 규칙까지 적용하게 된다면 머리가 정말 아플 정도이다.

 

▲ 점자 어플리케이션 “훈맹정음 점자학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 체계라 예외로 적용되는 사항 거의 없이 수학 공식처럼 정확하게 적용된다. 다만 스마트폰 앱으로는 점자에 대한 정확한 규칙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점자 규칙을 정리해놓은 인터넷 사이트나 고시해놓은 규정을 통해 파악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손으로 읽어가며 파악해야 하므로 정안인(시각 장애가 없는 사람인)과 시각장애인 모두 익히기 쉽지 않은 체계로 보인다. 본 기자는 한글 점자 철자를 외우고 바로 포기했다. 


그렇다면 점자를 모르는 정안인과 점자를 주된 글로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은 글로 서로 소통할 수 없는 것일까? 사실 한글에는 점자를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이미 점자 변환을 지원하고 있다. 원하는 곳을 블록으로 잡고 [파일]-[점자로 바꾸기]를 누르면 간편하게 바뀐다. 따라서 점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얼마든지 점자를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점자로 바꾸기] 기능을 활용하고자 할 때는 컴퓨터가 점자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 체계(BRF)를 설치해야 한다.

 

▲ 한글로 쓴 ‘대한민국’을 점자로 바꾸는 장면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에 다양한 언어나 문자는 어쩌면 필수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점자를 한 언어의 문자 체계로 인식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도 점차 넓혀가며 제대로 관리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시각장애인의 일상이 더욱 활기있고 풍성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점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하는 한국 점자 규정(2017년 개정) (https://goo.gl/YYSDW5)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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