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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 오주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7. 24.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오주현 기자
dhwnus@snu.ac.kr

 

외국여행을 떠났을 때 종종 여행지에서 안내판에 한글이 적힌 것을 발견하고 반가울 때가 있다. 그러나 반가움은 잠시, 어이없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다. 이치에 맞지 않게 적힌, 엉터리 한국어 표현 때문이다. 요즘 한류 열풍의 확산으로 중국 등지에서 한국어 표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쓰인 한국어가 올바르지 않게 표현되었거나 형태조차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 중국 상하이 루쉰공원의 윤봉길 기념관 앞 안내판. 지난해 초 왼쪽의 잘못된 문구가 오른쪽처럼 바르게 수정되었다. (출처: 한국방송(KBS) 뉴스7)

 

사태가 심각한 만큼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뉴스에서도 최근 이에 관하여 보도를 몇 차례나 했다. 한국방송에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윤봉길 기념관 앞의 안내판에 ‘매일 휴관 전 반시간에 입장 금지’라고 표기된 사례를 지적했다. 한국어로 썼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지난해 초에야 비로소 ‘폐관 30분 전 입장금지’라는 올바른 문구로 수정되었다. 문화방송에서는 중국의 과자봉지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엉터리 한국어 표기 사례를 꼬집었다. 한 식당의 메뉴판에 닭똥집 부위에 대해 ‘닭의 위와 굽다’라는 알 수 없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 중국 한 식당의 메뉴판에 적힌 닭똥집 부위에 대한 잘못된 표기. (출처: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

 

이렇게 세계 곳곳의 엉터리 한국어 표기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있다. 국외 한국어, 한국문화 교육기관인 '세종학당'과 한국 홍보 전문가로 잘 알려진 성신여자대학교의 서경덕 교수가 손을 잡고 외국 유명 관광지, 박물관 등의 공공장소에 있는 안내판이나 소개 책자 등에 적힌 잘못된 한국어 표현을 바로잡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 세종학당에서 실시하는 “세계 곳곳 엉터리 한국어를 찾습니다!” 안내지


누구든지 해외 유명 관광지에서 엉터리 한국어 표현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세종학당재단 누리집(www.ksif.or.kr)의 이벤트 페이지에 촬영한 사진을 올려 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다. 신고된 사례에 대해서는 조사 연구팀이 잘못된 표현에 대해 사실 확인을 한 후 해당 기관에 수정을 요청하게 된다. 이 신고는 한글날인 10월 9일까지 진행되며 많이 등록한 사람에게는 시상도 하는데 10월 27일 누리집의 공지사항으로 알릴 예정이다.

 

세종학당재단 누리집에 들어가 접수된 사례들을 보니, 언론에서 보도한 중국의 사례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잘못된 한국어 표현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본, 필리핀 등의 공공장소에서는 아예 맞춤법조차 틀린 채 적혀 있거나, 뜻이 제대로 통하지도 않게 잘못 표기된 사례가 여러 건 발견되었다.

 

▲ 일본 신주쿠 게이오백화점 1층 여자화장실의 잘못된 표현 (출처: 세종학당재단 누리집 www.ksif.or.kr - ‘오예린’씨의 제보)

▲ 필리핀 세부 막탄 국제공항 국내선 대기장소의 식수대 앞의 잘못된 한국어 표기 (출처: 세종학당재단 누리집 www.ksif.or.kr - ‘양승갑’씨의 제보)

 

중국에서 민족공원을 한동안 인종차별주의자 공원('Racist Park')으로 표기하는 등 잘못된 영어 번역이 외신에 보도되고 난 뒤 국가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논란이 일면서 중국 당국은 우선 공공분야의 영어 번역에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올해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직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태이다. 영어 번역에 대한 기준이 정해진 것처럼 한국어 번역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우리가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한류 열풍이 퍼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글 표기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우리가 자부심을 느껴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잘못된 표기가 만연하게 되면 우스꽝스러움을 넘어서 국격이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잘못된 표기가 확산되는 것을 우리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혹 여름을 맞아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잘못된 한국어 표기를 맞닥뜨렸다면, 그 즉시 사진을 찍어 세종학당재단 누리집(www.ksif.or.kr)에 제보하여 엉터리 한국어 표기 근절에 직접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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