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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국다운 우리 광장, 전주 한글 테마 광장 - 이유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7. 24.

한국다운 우리 광장, 전주 한글 테마 광장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이유진 기자
yoojin7305@naver.com
 

▲ 한글 테마 광장 입구

 

우리의 옛 전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에 독특한 공원이 있다는 이야기에 전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전주 교육대학교를 찾아가니 한글과 예술이 함께하는 거리, 한글 테마 광장이 반갑다는 듯 맞이해주었다. 한글 테마 광장은 전주교육대학교 서학로에 조성된 구간으로 2013년 국립무형유산원 개관을 앞두고 먼저 공개된 거리이다. 시선을 끄는 다양한 조형물 덕분에 어린이들의 교육 장소로 인기가 많은 광장이라고 한다.


한글과 예술의 만남, 한글마당


▲ 한글마당 조형물


한글 테마 광장은 모두 3개의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광장이 바로 한글마당이다. 한글마당은 세종어제 훈민정음과 한글로 쓰인 콩쥐팥쥐전, 훈민정음 용자례를 새긴 조형물들이 설치된 곳이다. 세종어제 훈민정음이란 1495년에 간행된 「월인석보」의 책머리에 실린 국역본으로, 훈민정음 어제의 서문과 자모의 음가와 운용 방법을 설명한 예의를 한글로 풀이한 것이다. 현재까지 가장 먼저 나온 국역본으로 알려져 있다. 훈민정음 용자례란 낱글자를 실제로 낱말에서 사용한 예를 든 것으로 초성 34개 낱말, 중성 44개 낱말, 종성 16개 낱말을 《훈민정음》 해례본에 실은 것이다.

 

▲ 세종어제 훈민정음

▲ 한글로 쓰인 콩쥐팥쥐전

▲ 훈민정음 용자례

 

이 외에도 한글마당의 바닥에는 훈민정음 서문, 용비어천가, 호남가, 열녀춘향수절가, 심청전 일부와 자음을 만드는 원리와 천지인을 활용하여 모음을 만드는 방식이 새겨져 있다. 

 

세종대왕이 1443년 새 문자를 발표한 후, 3년 뒤 《훈민정음》을 펴내는데 여기에는 새 문자에 대한 해설과 예시가 나와 있어 해례본이라고 부른다. 이 해례본을 여는 글귀가 바로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로 《훈민정음》의 서문이라고 부른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만든 《용비어천가》는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국문시로, 세종의 선조인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이다.

 

《열녀춘향수절가》는 19세기 후반에 완판본으로 나온 춘향전으로 판소리 사설로 전해지던 고전 춘향가를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19세기의 시대감각에 어울리는 새 문체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완판본이란 조선시대 전주 지방에서 민간인이 돈을 벌 목적으로 간행한 책을 말한다. 고전 《춘향전》이 대중의 호응으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상권 45장, 하권 39장으로 된 《열녀춘향수절가》라는 새로운 제목의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판소리 단가로 함평, 광주, 해남, 제주 등의 호남 지역 50여 곳을 유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호남가》는 19세기 중엽 입으로 전해지던 노래를 신재효가 고쳐 지었다. 《신재효 판소리 사설집》에 수록되어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이본이 존재한다.
 

조선시대 판소리계 한글소설인 《심청전》의 원본은 “심쳥젼권지상이라”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작자, 연대를 알 수 없는 고전소설이지만 《열녀춘향수절가》와 함께 유명세를 높이고 있는 판소리 사설 중 하나이다. 
 

‘천지인’이란 한글 창제의 바탕이 된 원리이다. 천지인을 본 떠 만든 모음 3자 “·, ㅡ, ㅣ”와 발음기관을 본 떠 만든 자음 5자 “ㄱ, ㄴ, ㅁ, ㅅ, ㅇ”만으로 모든 소리를 만들 수 있으며 천지인의 과학적인 우수성은 오늘날에도 이어져 천지인 방식의 한글 자판이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옛 선조의 지혜가 가득, 과학기구마당

한글마당 옆에는 옛 선조의 지혜가 담긴 다양한 과학 기구가 가득한 과학기구마당이 있다. 과학기구마당에서는 동양절기를 표시한 동양해시계, 시각 측정이 가능한 오석앙부일구와 평면해시계가 있으며 강수량을 측정하던 측우대와 수표, 별자리를 관측하던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의를 볼 수 있다. 원형 모습 그대로 제작된 과학 기구들을 직접 체험해 보며 우리 조상의 과학적 감각과 우수성을 다시금 느꼈고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솟아났다.

 

▲ 일시정시의: 낮과 밤의 시간 측정이 가능한 해시계와 별시계 기능의 천문관측기구

       

세계의 정다운 인사말, 소리마당

과학기구마당을 지나 국립무형유산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쌈지 공원에 있는 소리마당을 만나볼 수 있다. 소리마당은 한국 인사말을 선두로 17개 나라의 인사말이 피아노 건반 모양의 돌 위에 새겨져 있다. 건반을 밟으면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그 나라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다. 
 

▲ 소리마당 조형물

전주 한글 테마 광장은 한글과 관련된 시설물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쉽고 즐겁게 한글을 만날 수 있는 장소이다. 마치 서울의 한글 가온길을 아기자기하게 구성해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글 가온길은 서울의 중요 장소를 돌아다니며 한글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서울시의 한글 관련 관광 명소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자, 한글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글과 관련된 시설물은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본다면 전주의 한글 테마 광장과 서울의 한글 가온길은 가장 독특하고 한국다운 명소이자 그 어느 주제를 사용한 광장보다 더 아름다운 우리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글을 주제로 한 특색 있는 광장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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