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에 매혹된 언어학자, 사무엘 로버트 램지
- 한국어와 한글을 사랑한 외국인 특집 ②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유원정 기자
ybwl81@naver.com

 

로버트 램지 교수

사무엘 로버트 램지(S. Robert Ramsey)는 1966년 학사장교로 파견되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낯선 언어에 호기심이 생겨 2년간 복무한 뒤 연세어학당에 다니며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에 돌아간 뒤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지도 교수였던 마덴 교수와 같이 일본어와 한국어를 비교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한국어를 볼수록 재밌는 나라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예일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6년부터 메릴랜드 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문화학부 학장으로 일했다. 연세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15~16세기 경상도·함경도 말을 연구했으며 콜럼비아 대학교와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도 한국어 강좌를 담당했다.

 

한국어의 역사를 다룬 첫 영문서를 출간하다

2011년, 그는 한국어의 기원과 시대에 따른 변화과정을 담은 『A History of the Korean Language』(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를 펴냈다. 이는 램지교수가 10년 동안 연구해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기문 교수와 공동으로 발표한 것으로 한국어의 역사를 다룬 첫 영문 저작물이다. 한국어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도 설명해 영어권 독자나 그 외 다른 언어권 독자들도 쉽게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어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어휘에 대한 보충 설명도 담겨 있다.

 

A History of the Korean Language

한글날을 기념하다
로버트 램지 교수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한글날을 기념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0년에는 한글날 563돌을 기념해 워싱턴 디시(Washington D.C.) 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왜 우리는 한글날을 기념하는가'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라면서 "한글은 어느 문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성취이자 기념비적 사건이다."라고 한글의 우수성을 발표했다. 예를 들어 한글의 자음인 'ㄱ' 'ㄴ' 'ㄷ' 등은 실제 발성기관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소리와 글이 체계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영어 알파벳인 로마자의 경우 't'와 'd'는 두 글자가 발음상 어떤 연관이 있다고 짐작할만한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램지교수는 한글 창제에 담긴 소중한 인본주의 정신을 거듭 강조했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누구나 글을 읽고 쓰고 또 여성들까지도 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보편주의적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상은 지금으로 보면 당연하지만, 당시 지배계급의 눈에는 급진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50년 넘은 한국어와 한글 연구
램지 교수는 2013년 한글날에는 문화 예술계에 큰 공헌을 한 공로로 보관(寶冠)문화훈장을 받았다. 또한 2015년에는 한국어 연구에 우수한 업적을 남긴 학자로 선정되어 일석국어학상을 받고 한국 언어학계 일원으로 인정받았다. 이렇게 램지 교수가 50년 넘게 한국어와 한글을 사랑하고 연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2013년에 와아티엔(YTN) 방송과 나눈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한국어와 한글을 연구한 이유와 결과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심한 오늘날에 한글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힘없는 사람을 배려한 세종대왕의 마음이 한글 창제 과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한 대목이다.

 

“어질고 인자한 임금인 세종은 또한 여러 제도의 이론적 창설자였다. 그는 이성과 질서의 사람이었으며, 그의 종국적인 창조물인 한글은 그의 인품을 잘 드러낸다. 한글의 순화된 우아함과 수학적 일관성에서 우리는 세종 그 사람을 보게 된다. 한글이 위대하듯이 세종도 위대하였다. 단순하고, 가식이 없고, 효율적인 한글은 그가 남긴 최고의 유산이다.”

YTN과 인터뷰하는 로버트 램지 교수

이렇게 외국의 언어학자가 한글의 우수성을 알아보고 연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기쁜 일이다. 그런데 그 이전에 우리가 우리글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경제가 성장하고 한국 대중음악과 문화가 퍼지며 한국어와 한글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외국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접할 통로인 한국학과 한국어학의 연구 내용은 여전히 빈약하다. 언어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배워야 하는 만큼 외국 대학교 한국학의 연구 활동과 교과 과정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한국학 성과를 해외 대학과 교류해야 한다. 또한, 외국에서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는 학교 간 교과과정을 교류하고 통합된 교재를 개발하는 등 한국어 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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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