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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글 편지 속에 녹아있는 삶, 현풍 곽씨 언간 - 이유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7. 10. 11.

한글 편지 속에 녹아있는 삶, 현풍 곽씨 언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4기 이유진 기자
yoojin7305@naver.com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들이다.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으로 먼 거리에 있는 사람과 쉽게 소통하고, 자신의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는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의사소통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카카오톡, 페이스북, 전자우편 심지어 전화기도 없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멀리 떨어진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았을까? 바로 편지이다. 편지는 조선시대 사람들 사이의 유일한 장거리 의사소통 수단으로, 한글이 창제된 이후 백성들이 한글로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한글편지를 <언간>이라고 불렀다.


 

<신부 문안편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대부들이 사용하던 어려운 한문 대신, 읽고 쓰기 쉬운 한글을 썼기 때문에 언간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언간 속에는 편지가 쓰이던 당시의 삶과 문화가 담겨있으며, 조선시대 국어의 모습도 고스란히 깃들어 있어 국어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오늘 소개할 <현풍 곽씨 언간> 또한 국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언간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현풍 곽씨 언간>은 1989년 곽주의 후손들이 하씨 부인의 묘를 이장 작업 하던 중에 발견되었다. 당시 편지 172매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는데, 그중 언간이 167매이다. 나머지는 한문편지거나 해석이 불분명한 편지이다.

 

곽주는 곽경의 19세손으로, 경북 달성군 현풍에 살았으며 슬하에 4남 5녀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곽주는 부인과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많은 언간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언간에는 곽주가 부인에게 보낸 언간 외에도 아들, 딸과 주고받은 언간 등이 있으며 각 언간마다 사연이 담겨있다.

 

<곽주가 하씨 부인에게 보낸 14번째 편지>

 

곽주가 하씨 부인에게 보낸 14번째 편지는 곽주가 과거를 보러 가던 중 집으로 보낸 언간으로, 아버지를 걱정하고, 부모님을 제대로 봉양하지 못해 한스러워하는 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곽주의 언간에는 지극한 효심에 대한 모습이 많이 담겨있다.

<곽주가 하씨 부인에게 보낸 40번째 편지>

<곽주가 하씨 부인에게 보낸 40번째 편지>


곽주의 언간에는 자식을 향한 걱정과 애정이 담긴 편지도 있었다. 언간과 함께 가족이 먹을 먹거리를 보내거나 아이들에게 옷을 해줄 옷감을 보내기도 했다. 17세기 초는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후라 옷감과 먹을 것이 매우 귀했는데, 부인과 아이들에게 보낸 곽주의 언간은 그가 부인과 자식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보여준다.

 

<곽주의 딸이 어머니에게 보낸 154번째 언간>

 
그런가 하면, 곽주의 자녀들이 부모님께 보내는 언간도 있다. 154번째 언간은 시집간 딸이 어머니 하씨에게 보낸 편지로, 편지를 보낼 때 함께 보낼 것이 없음을 죄송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음식이 무척 귀했던 시기에 어머니께 도움이 될까 하여 조금이라도 음식을 보내는 딸의 효심을 느낄 수 있다.

 

현풍 곽씨 언간에는 17세기 초기 조선시대의 생활모습이 많이 담겨져 있는데, 그중 재미있는 것이 바로 한글 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후, 한글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자료는 드문 만큼, 현풍 곽씨 언간은 당시의 한글 교육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여겨진다.

 

<곽주가 장모 합산댁에게 보낸 두 번째 언간>


장모 합산댁에게 보낸 두 번째 언간에서 곽주는 아이들의 한글 교육을 부탁한다. 곽주의 장모는 사대부집 여성으로 당시 사대부집 여성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정도로 한글을 잘했음을 알 수 있다. 어린 나이부터 한글을 익히는 사대부집 아이들과 한글 교육에 관심과 열의를 가진 부모의 모습도 보인다. 또한, 아이들의 한글 교육의 주체가 여성이라는 시대상을 알 수 있다.
 
훈민정음 창제를 통해 한글이 널리 보급되면서, 많은 백성이 읽고 쓰기 쉬운 한글로 자기 생각을 적고 시작했다. 언간에 담아낸 백성의 이야기는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전달됐다. 긴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도착한 언간은 옛날 백성들에겐 솔직한 마음을 전해주는 보물이며, 현대 우리에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다.

 

의미가 소중했던 옛날과 다르게 편지는 현재 잊혀 가는 문화가 되고 있다. 한 글자씩 손으로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편지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속에는 존재할 수 없는 진심과 기다림의 아름다움이 있다. 오늘은 손에 있는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편지를 통해 진심을 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참고문헌 : 백두현, 「한글 편지로 본 조선시대 선비의 삶」, 역락(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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