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한글파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선미 기자
sunmi_119@naver.com

 

지난 10월 한글날을 맞이하여 잘못된 우리말 사용을 지적하는 기사와 방송이 쏟아졌는데, 그 중 화제는 단연 ‘야민정음’이었다. 야민정음은 인터넷 커뮤니티 누리집인 디시인사이드의 ‘국내 야구 갤러리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훈민정음’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단어를 비슷한 생김새의 글자로 대체하는 신조어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신조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지만, 신조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무덤에 계신 세종대왕님이 노하시겠다.”라고 한다. 세종대왕님은 정말 신조어를 사용하고 있는 현대의 백성들에게 분노하실까?

 

한국어 파괴와 한글 파괴를 혼동하여 쓴 기사들


 

한국어와 한글을 혼동한 공익광고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흔히 한글 파괴와 한국어 파괴를 혼동하여 사용한다는 점이다. 알파벳이 문자고 영어가 언어이듯이, 한글은 문자고 한국어는 언어다. 신조어나 줄임말, 틀린 맞춤법 등은 문자가 아니라 언어를 파괴한 것이므로 한글 파괴가 아니라 한국어 파괴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을 비롯해서 방송, 언론, 심지어는 공공기관까지 두 단어를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점에 대해 매우 무지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년에는 한글날을 맞이하여 공익광고협의회가 만든 광고를 보면 비속어와 신조어, 사물 존칭 등 잘못된 언어사용에 대해 꼬집으면서 ‘구하라 한글’이라고 말한다. 구해야 할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다. 비속어나 신조어 속에서 파괴된 것은 우리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정말 세종대왕님은 야민정음과 같은 신조어를 보시고 분노하실까? 이 문제에 대해 작가 조승연은 제이티비시(JTBC) 방송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오히려 흐뭇해하실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는 백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을 글자로 적지 못해서였다. 그런 한글이 반포된 지 50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글로 표기가 가능하다. 이것을 세종대왕님이 보신다면 ‘내가 글자 하나는 진짜 잘 만들었다’라고 웃으시지 않겠냐”라며 “한글의 위대함은 유연성에 있다”고 말했다.

 

제이티비시(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작가 조승연


또한 박진호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이든 규범이 있으면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상존하기 마련”이라며 “모든 문화적 산물은 창조자가 일정한 목적과 의도를 갖고 만들지만, 그 산물을 향유하는 사람은 창조자의 의도라는 범위 안에서만 이를 향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세대가 창조자의 의도를 벗어나서 문자를 쓰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라며 “이는 막을 수도 없고 막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일부 심각한 한국어 파괴 현상은 우리가 반드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조승연 작가의 말대로, 우리말을 바르게 표기하기 위해 창제하신 한글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한글의 위대함을 더욱 빛내고 있다. 이러한 한글의 위대함 때문에 우리는 한국어 대신에 한글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한글과 한국어를 구별하여 사용하자. 오래전부터 사용한 우리말과 이후에 창제된 문자가 함께 어우러져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쓰고 하고 있으니, 세종대왕님은 더욱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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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