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40] 성기지 운영위원

 

자주 쓰면서도 뜻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낱말들이 더러 있다. ‘보전’과 ‘보존’이 그렇다. 사전 풀이에 따르면, ‘보존’은 “보호하여 남아있게 하는 것”을 말하고, ‘보전’은 “보호하여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보존’은 있는 그대로 간직한다는 뜻이 짙고, ‘보전’은 온전하게 간직한다는 적극적인 뜻이 강하다. 그러니까 ‘보전’에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로잡고 채워서 간직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옛 우물터를 본디의 모습대로 유지하는 것은 ‘보존’이지만, 부족한 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수자원을 보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


이렇게 구별해서 쓰기 어려운 말 가운데 ‘발전’과 ‘발달’도 있다. ‘발전’과 ‘발달’의 의미 차이를 뚜렷하게 가르는 것은 더욱 어렵다. 다만 대체적으로, ‘발전’은 보다 못한 상태에서 더 나은 상태로 넘어가는 ‘과정’에 주된 의미가 있는 반면에, ‘발달’은 주로 일정한 수준에 이른 ‘상태’를 가리킨다. 곧 ‘발달’은 과정이 아닌 상태라는 점에서 ‘발전’과 구별된다.


예를 들면, “아이의 수학 실력이 많이 발전했다.”에서는 ‘발전’을 ‘발달’로 바꿀 수 없으며(완전한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므로), “인간의 신체 발달은 청소년기에 거의 이루어진다.”에서는 ‘발달’을 ‘발전’으로 쓸 수가 없다. 우리가 개업한 집에 ‘축 발달’이 아니라 ‘축 발전’이라고 인사하는 것도 이러한 차이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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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