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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상징에 ‘選, 憲’. 이게 무슨 말이야?-이상원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8. 6. 29.

상징에 ‘選, 憲’. 이게 무슨 말이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이상원 기자
lyshow3@gmail.com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징의 변화 - ‘選’에서 ‘선거’로

 

 ‘選’. 이 한자는 무슨 뜻이고, 어떻게 읽을까? ‘가릴 선(選)’이다. ‘가릴 선(選)’ 은 한자 능력검정시험 5급에 배정된 한자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앞으로중앙선관위라 함)의 상징에는 ‘가릴 선(選)’ 한 글자만 쓰여 있었는데, 무궁화 문양의 중심 원에 한자로 ‘選(선)’으로 적혀 있었다. 한자 능력검정시험 5급을 공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어떤 기관의 상징인지 알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2018년 1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상징을 바꿨다. 무궁화 문양의 중심 원에 ‘選(선)’을 빼고 ‘선거’라는 우리말을 넣어 모든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징의 변경 전후 모습 (출처=중앙선관위 보도자료)

 

헌법재판소 상징의 변화 - ‘憲’에서 ‘헌법’으로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상징도 바뀌었다. 헌법재판소(앞으로 헌재라 함)는 2017년 10월 9일부터 창립 이후 30년간 사용하던 상징의 한자 ‘憲(법 헌)’을 우리말 '헌법'으로 바꿔 사용한다고 밝혔다. 한자 ‘憲(헌)’을 사용하는 것이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2016년부터 우리말로 변경하는 상징 개선사업이 추진됐다. 새 상징은 '헌법'이라는 우리말이 중앙에 자리했으며, 공정함을 상징하는 빛이 확산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색상도 헌재 결정의 신뢰와 권위를 상징하는 자주색으로 변경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상징을 우리말로 바꾸려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상징의 변경 전후 모습 (출처=헌재 보도자료)


‘RN’이라는 영어를 그대로? – 대한간호협회 상징

 

 반면 여전히 외국어가 쓰인 상징을 사용하는 기관도 있다. 대한간호협회의 상징은 날개를 펴고 있는 비둘기, 비둘기를 둘러싼 하트 모양, 식물의 줄기와 잎, 꽃봉오리 그림 위에 ‘RN’이라는 영어가 쓰여있다. ‘Registered Nurse’ ((정식자격에 따라 등록된) 간호사)의 첫 철자만 딴 것인데,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간호사의 상징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 대한간호협회 상징의 모습 (출처=SBS 산부인과 홈페이지 포토갤러리)


우수재활용을 ‘Good Recycled’로? - 환경부 우수재활용 상징

 

 환경부의 우수재활용 상징도 영어 디자인이다. 우수재활용이라는 우리말을 쓰지 않고 ‘Good Recycled’라는 영어를 사용한다. 대한간호협회와 마찬가지로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 환경부 우수 재활용 상징 (출처=환경부 홈페이지)


공공기관의 상징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야!

 

 공문서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상징에도 우리말로 디자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우리 국민의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외국어를 모르는 국민의 이익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외국어를 모르는 국민의 이익도 보장해줘야 한다. 대한간호협회의 상징이나 환경부의 우수 재활용 상징은 노년층도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일까?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라지만 상징을 보는 사람 가운데 간호사가 아니어도 어떤 단체인지 아는 것은 협회의 이익에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공기관 상징의 디자인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는 휘장 교체를 위해 대국민 인식조사와 전문가 사전검토를 했다. 또한, 복수로 개발된 휘장 디자인은 총 3차례에 걸친 내·외부 선호도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소에서 기울인 노력만큼 다른 공공기관도 디자인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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