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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세종대왕이 웁니다.-이아령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8. 7. 2.

우리 해외여행 어디로 갈까?”…세종대왕이 웁니다.

 

한국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5기 이아령 기자

arleee@naver.com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를 다룬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를 보면 글을 읽지 못해 억울하게 이용당하고 죽어가는 백성들을 보여준다. 이렇듯 과거에는 글을 알지 못해 분노에 빠지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로 인해 글을 읽고 쓰지 못해 눈물짓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은 많이 사라졌고, 우리는 더욱 쉽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으며, 한글은 하나의 의사소통의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다.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글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펼치게 해주는 이 한글, 우리에게는 매우 고맙고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을 추모하고 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6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렇게 고마운 한글을 받은 우리는 과연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보고 들어 우리말의 표본이 되어야 할 매체조차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우리말이 꽤 있다. 이번에는 신문 기사와 미디어 매체에서 오용하고 있는 우리말과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에 대해 한번 알아보려 한다.

▲ ‘뿌리 깊은 나무’ 한글 창제 핵심 공간                    



         ▲ ‘뿌리 깊은 나무’에 등장한 훈민정음




“이번 방학에 해외여행 가자” 


  우선, 첫 번째로는 일제 강점기 이후 지금까지 신문 기사에 일본어의 찌꺼기를 사용하는 경우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어 사용을 자제해가며 많은 단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였음에도 아직도 남아 있는 일본 단어들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해외와 진검 승부 등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갈 때 “해외여행을 간다”라고 말한다. 또한, 신문에서도 해외동포들이라고 표기하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잘못된 표현이다. 일본은 해양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밖을 의미할 때 해외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륙과 접해 있는 대륙 국가이기 때문에 해외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따라서 ‘해외 동포 --> 재외동포’로, ‘해외공관 --> 재외공관’으로, ‘해외여행 --> 외국여행이나 국외여행’으로, ‘해외투자 --> 국외투자’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진검승부’ 같은 경우에도 일본 말이기 때문에 ‘생사 겨루기’나 ‘사생결단’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이렇듯 일본어의 잔재는 그대로 굳어져 습관이 되어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꾸준히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잠시만요, 보라 언니 맞춤법 맞히고 가실게요”


  두 번째로 “~좀 하고 가실게요”는 KBS2 예능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개그우먼 박은영의 유행어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장면을 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꼭 한 번씩은 따라 해 보았을 표현이다. “가실게요”라는 표현은 주체 높임 선어말 어미 ‘-시’와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말로 이상한 존댓말로 잘못된 표현이며,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유행처럼 사용하게끔 유도했다. 
  물론 이는 이후 시청자들과 한글 관련 기관들로 인해 잘못된 표현법을 사용하여 코너를 진행해서 죄송하다며 사과의 자막을 내어 바로잡기는 했지만, 이러한 말투는 다양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병원에서 “신발 벗고 체중계에 올라 가실게요” 또는 “이쪽 의자에 앉으실게요” “수납부터 하실게요” 등등 간호사들에게 주로 듣는 말들은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이쪽 의자에 앉으세요” “체중계에 올라 가주세요” 라든지 “수납부터 해주세요”라고 하면 훨씬 더 듣기 편해진다. 

 

▲ 개그콘서트 유행어 “~하고 가실게요””

 

“여보, 이번 달에는 처갓집부터 갈까?”


  세 번째로는 겹말이다. 겹말이란 같은 뜻의 말이 겹쳐 있는 말들을 의미한다. 처가(妻家)라는 말은 아내의 집을 뜻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집이라는 말을 덧붙인다면 집을 의미하는 단어가 두 개가 된다. 이것이 바로 겹말이다. 이외에 우리가 일상에서 모르고 사용하고 있는 겹말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9월 달에 볼까? --> 우리 9월에 볼까?
“이 프로젝트는 필요한 소요 자금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보류야” --> “이 프로젝트는 소요 자금이 너무 많아서 당분간 보류야”
“너 생일날에 뭐 할 거야?” --> “너 생일에 뭐 할 거야?”
이렇게만 사용해도 충분하다. 사소한 차이이지만 의식적으로 알고 있다면 잘못 말하는 실수를 덜 하게 될 것이다. 습관처럼 쓰고 있던 우리말에 대해 바로 알고 겹말을 쓰지 않으면 더 간결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으며 표현력 또한 좋아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말은 우리의 인격이자 얼굴이다. 특히 외국어도 아닌 모국어인 우리말조차 바로 쓰지 못한다면 과연 어디 가서 자신 있게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언어 표현의 오용 사례와 바른 사용법, 올바르게 말하기 기법을 잘 터득하여 끊임없이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올바른 우리말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우리말의 오용 사례는 너무 많아 이 글에 다 담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잠시나마 우리말에 대한 생각을 되짚어 보며, 앞으로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말 제대로 알고 쓰려는 관심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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