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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언론에 나온 우리

[농민신문] [한글] “언어는 인권…공공기관에서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죠”-2018.10.1

by 한글문화연대 2018. 10. 11.

[농민신문]

국내 유일의 한글 팟캐스트 ‘우리말 아리아리’의 진행자들. 왼쪽부터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국장, 이건범 대표, 김명진 부대표.

 

국내 유일 한글 팟캐스트 ‘우리말 아리아리’ 녹음현장을 가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정보 전달 위해 한글문화연대, 2014년부터 방송

 

우리말 문제풀이 ‘알토란 쏙쏙’ 외래어 대체 ‘토박이말 따라잡기’ 훈민정음 해례본 풀이 ‘아리아리 특강’

 

월·수·금요일 자정에 나눠 공개

 

8월부터는 ‘네모소식’ 진행 공공기관 잘못된 언어 사용 고발
 

“어떤 일이나 물건이 망가져서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를 뭐라고 할까요? ‘○○났다’고도 하죠.”

“음, 짜부?”

“파탄났다!”

“땡! 정답은 결딴입니다. 단이 아니라 딴이에요.”

국내 유일의 한글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 <우리말 아리아리> 녹음이 한창인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 세명의 진행자가 둘러앉아 우리말과 글로 만든 문제를 푸는 ‘알토란 쏙쏙’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더 생각하면 알 것도 같은데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듯하다. 정답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아’ 하고 탄식하며 무릎을 친다.

 

<우리말 아리아리>는 한글문화연대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다. ‘막힌 길을 뚫어준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인 ‘아리아리’는 이곳에서 ‘파이팅’을 대신하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방송은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는 ‘문어발’ 이건범 대표, 방송의 재미를 책임지는 ‘재밌게’ 김명진 부대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비(돌발+비약)’ 정인환 국장이 모여 진행한다. 이 대표는 팟캐스트가 한글문화운동의 새로운 도구라고 설명했다.

 

“팟캐스트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잖아요. 시민단체가 우리말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데 이만한 매체가 없죠.”

 

녹음은 우리말 관련 문제풀이 ‘알토란 쏙쏙’, 페스티벌 같은 외래어를 큰잔치 같은 우리말로 바꾸는 ‘토박이말 따라잡기’, 훈민정음 해례본을 풀이하는 ‘아리아리 특강’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녹음한 파일은 월요일·수요일·금요일 자정, 주 3회에 나눠 공개된다. 각각 30분 정도의 분량인데 2014년부터 진행하다보니 능숙해져 녹음을 시작하면 끊기지 않고 한번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김 부대표는 이제 눈빛만 봐도 상대의 의도를 알아챌 정도라고 말했다.

 

“서로에게 익숙해졌죠. 진행하는 ‘문어발’, 딴죽 거는 ‘돌비’, 중재하는 ‘재밌게’ 같은 각자의 역할이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이들이 속한 한글문화연대는 한글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한글날의 공휴일 재지정이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기 위해 2012년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2013년 한글날은 다시 공휴일이 됐다. 정 국장은 “공휴일 지정으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우리 단체를 홍보할 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진행자들이 방송에서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공공기관의 우리말 사용이다.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나 관공서의 ‘쿨비즈’ 같은 외국어를 ‘안전문’과 ‘시원차림’ 같은 우리말로 바꾸는 운동을 펼친다. 이를 위해 올 8월부터 공공기관의 잘못된 언어 사용을 고발하는 ‘네모소식(네이버도 모르는 소식)’을 진행 중이다. 이날 녹음분에서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캠페인의 외국어 남용 사례를 고발해 ‘스쿨존’이라는 표현을 ‘어린이보호구역’으로 고치도록 했다고 알렸다. 소식을 전한 이 대표는 ‘언어는 인권’이라는 말로 녹음을 마무리했다.

 

“언어, 특히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해요. 우리가 쉽게 쓰는 외국어를 모르는 분들도 계세요. 외국어 때문에 그런 분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해선 안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우리말을 써야 하는 이유죠.”

 

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사진=김덕영 기자

 

* 이 글은 2018년 10월 1일, 농민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https://www.nongmin.com/nature/NAT/ETC/299157/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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