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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

<사랑스러운 아이들>

by 한글문화연대 2018. 11. 21.

한글문화연대에서 하는 일 가운데 보람 없는 일이 있을까마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그런 일이 청소년 동아리 품어 키우는 활동이다. 벌써 5년째 하고 있는 '우리말 사랑 동아리' 키우는 일은 다른 어떤 곳의 지원도 없이 전적으로 우리 회원들의 회비로 예산을 붓고 있어서 더더욱 기쁨이 진하다.

해마다 20개 안팎의 청소년 동아리를 뽑아 최소한의 공부를 함께 하고, 활동 방법을 인터넷 카페에서 알려주고 끌어주면서 약간의 활동재료비를 지원해준다. 한글날에는 여러 동아리가 함께 모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하고, 우리 한글문화연대에서 만든 유익한 유인물과 홍보책자도 제공해주어 활동을 돕는다. 대개는 학교 단위의 동아리라는 점이 여러 대학의 연합 동아리인 ‘우리말 가꿈이’와 다르다.

각자 학교는 다르지만 초등학교 친구들이 동아리를 꾸려 지난 5년 동안 활동했던 ‘꿈꾸는 색동애벌레’ 대표가 올 마침마당에서 내년 고3이 되면 아무래도 이 활동을 더 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일종의 고별사를 할 때에는 나도 울컥했다. 5년 동안 저 아이들의 성장을 보았구나.... 염광고등학교의 ‘바로세움’은 늘 안정적이고 풍부한 활동을 이어가는 아주 뚝심있고 훌륭한 동아리로 내 머리에 박혀 있다. 작년에 원래는 활동 점수 1등이었으나 점수 집계 실수로 마음 고생을 했던 성남 숭신여고의 ‘우리말 사랑이’는 올해도 역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었다.

올해 활동 1등의 으뜸상을 받은 인천의 동양중학교 ‘동양도란도란’은 중학교 1학년 5명이 모인 동아리다. 중1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가지런하게 활동 결과를 발표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지만, 평소에 아주 충실하게 활동을 펼친 결과라고 보인다. 마침마당 자리에서 참석한 모든 동아리의 인기 투표에서도 으뜸이었다.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우리 손이 부족하여 아이들의 활동을 좀 더 꼼꼼하게 살펴주지 못하는 점은 늘 아쉽지만, 아이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힘을 모아 무언가 꼼지락꼼지락 일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 이 아이들이 모두 연어처럼 우리 한글문화연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해도, 어린날 고민했던 기억은 쉬 지워지지 않을 테니,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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