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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순화한 금융 용어를 사용하기 버겁다면, 용어 설명을 함께 써주자-박찬미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8. 12. 18.

순화한 금융 용어를 사용하기 버겁다면, 용어 설명을 함께 써주자

 

한글문화연대 5기 기자단 박찬미 기자 

chaanmii@naver.com

 

대출, 이자, 금리 등 금융은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금융 지식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주로 한자어와 외래어로 이뤄져 있어 사람들이 금융 용어를 이해하는데 종종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서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를 진행했는데, 66.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최소 목표 점수인 66.7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금융 이해력 목표 점수에 도달하지 못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층은 20대와 60~70대 층이었다. 청년층과 노년층이 유독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노년층은 금융 지식과 금융 행위 부문의 점수가 낮게 나왔다. 이는 노년층이 금융에 관한 일을 처리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어려운 금융 용어를 쉬운 말로 바꿔 쓰려고 2013년도부터 금융 용어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은행 역시 2015년도부터 은행 고객들이 어려워할 수 있는 금융 용어들을 쉬운 말로 바꿔 쓰자는 운동을 진행해왔다. 예를 들어 ‘기일 도래’를 ‘만기 안내’로 바꾸는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원 누리집에는 다양한 금융 용어를 쉽게 바꿔서 소개하는 ‘알기쉬운 금융 용어’ 항목이 있다. 누리집에 따르면 이 항목은 ‘금융거래 표준약관 등에서 사용되는 금융 용어 중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금융 용어를 정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 알기쉬운 금융 용어 일부 (출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먼저 ‘당해(當該)’라는 용어가 있다. 이 용어는 금융감독원에서 정비 대상 용어로 선정한 용어들 중 하나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당해를 ‘해당’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19일 금융감독원의 한 보도 자료에는 ‘당해 증권회사에 대하여 2주간의 검사에 착수’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해’를 ‘해당’으로 고쳐서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원리금’이라는 용어도 보도 자료에서 그대로 사용됐다. 원리금 역시 금융감독원에서 ‘원금과 이자’라고 쓸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지난 9월 28일 금융감독원의 보도 자료에서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연간 소득’이라는 말을 여전히 사용했다. 정비 대상 용어들을 선정한 금융감독원조차 어려운 금융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 정비 대상용어와 권장용어 일부 (출처: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한편, 금융 상품 설명서에서도 어려운 금융 용어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험 상품 설명이 그렇다. 보험은 질병이나 사고 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보험 상품 설명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 기업의 일부 보험 설명서를 확인하자 ‘해약환급금’, ‘실손의료보험’ 등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자주 보였다. 금융감독원의 금융 용어사전에 따르면 해약환급금이란 ‘보험계약 해제 등의 경우 계약자에게 다시 돌아가는 금액’을 말하며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은 경우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을 말한다. 이처럼 국민이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금융 상품 설명서까지 어려운 용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금융 용어를 당장 쉬운 말로 바꾸기는 어렵다. 오히려 오랫동안 사용됐던 금융 용어를 갑자기 쉬운 말로 풀어쓰게 되면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또한 금융 상품 설명에 사용되는 용어처럼 금융 용어의 대부분은 하나의 단어로만 해석되지 않아 쉬운 말로 바꾸기 힘들다. 그렇지만 금융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은행에 가고, 보험에 들고, 투자하는 등의 행위는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럴 때 금융 이해력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노년층 들은 생소한 용어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서 애써 바꾼 용어부터 제대로 쓰고 나아가 새로운 금융 상품이 나올 때마다 어려운 용어는 처음부터 쉬운 말로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당장 바꾸기 어려운 금융 용어는 설명을 괄호 안에 넣는 등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애써 줄 것을 바란다. 이는 금융에 취약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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