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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에 따른 논란-이지영 대학생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5. 5. 27.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에 따른 논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2기 이지영 기자
(milk5006@naver.com)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한자 병기 논란이 점화됐다.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에 따라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퇴출당했다. 하지만 지난 47년 동안 초등학교 교육에서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져 왔다. 교육부는 “꾸준히 민원이 제기돼 검토하는 것”이라며 “결정된 것은 없고 공청회 등을 통해 찬반 의견을 듣고 7~8월 중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한자 병기를 내세우는 이들은 자연스러운 한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문맥 이해도와 어휘력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초등학생에게까지 한자 교육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한자 병기를 반대한다.

 

찬성과 반대에 대한 근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한글 전용’과 ‘한자 혼용’은 끊임없는 논쟁거리이다. 한편에서는 ‘우리의 것을 아끼고 잘 가꾸어 나가자’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어휘 중 대부분이 한자어니 한자를 공부해 정확한 뜻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핏 보면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것 같지만 가만히 따져 보면 모두 우리말을 잘 가꾸자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자의 경우 양 측 모두의 의견이 일리있는 의견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은 아직은 이른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3학년이면 아직 만으로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한자 병기에 앞서 이 아이들이 과연 한국어라도 제대로 아는지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영어의 경우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해 와 현재 초등학교 3학년만 되어도 영어 공부를 하긴 하나, 이에 한자까지 얹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런 부담은 사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부담이 증가할 것이다.


또한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말 어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어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을 정확히 말하고 쓸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생들에게는 한자어 그대로를 말하고 가르치는 것 보다는 그 개념을 풀어서 말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굳이 한자어를 고집해야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기자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 인터뷰를 인용해본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지금도 초등 3·4학년 학습량이 갑자기 많아진다고 아우성인데, 한자 병기를 하게 되면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상당시간을 한자 가르치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자를 몰라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주장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초등학교에서 개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자기가 체험한 것과 교사의 설명이 더해져 확실한 개념으로 자리 잡는데, 오히려 초등학교에서 이 한자는 이런 뜻, 이런 글자풀이 식으로 가져가는 순간 개념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시) 한자 사교육을 받고 온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반응 차이가 커지고, 한자를 모르는 아이는 교과서 읽는 속도와 흥미가 떨어지며 수업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고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자연스럽게 빠지고 한글만으로도 불편함이 없는데 지금 다시 한자를, 그것도 초등 교과서에 넣는다는 것은 교육·문자 환경을 거꾸로 되돌리고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편을 가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자 병기를 실시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한자를 배우고 외워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배우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은 우리말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후 중학교에 입학해서 한자를 배워도 늦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1970년대에 사라진 한자 병기를 몇 십 년에 지난 지금 다시 끄집어내려는 것은 퇴행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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