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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모꼬지, 그리고 새로운 시작 - 간형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5. 25.

모꼬지, 그리고 새로운 시작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설레는 마음을 이끌고 나선 아침, 하늘은 맑았고 햇볕은 따스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모꼬지를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때는 5월 7일 토요일 오전 열한 시, 용산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으로 떠남과 동시에 이 여정은 시작되었다. 집결시간이 오후 한 시였기에 10분 정도 미리 도착해서 주변을 서성이던 중, 지난번 모임 때 만났던 낯익은 얼굴이 보여 다가갔다. 인사를 주고받은 뒤 어색함 속에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다른 기자단 동료들이 속속 도착했다. 김명진 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을 만나 인사를 하고 우리는 나머지 아직 오지 않은 인원들을 기다렸다. 저번 모임 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않은 탓일까, 아직 서로 너무도 낯설었고 선뜻 대화를 시작하지 못했다. 우리는 다들 침묵을 지켰고 이내 국립한글박물관 견학을 시작했다.

 

<사진1>한글과 한국어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처음으로 훈민정음의 역사와 세종대왕의 업적을 차례로 배웠다. 특히 “한글이 우리나라의 문자이라서 위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과학적이고 뛰어난 원리로 이루어진 체계이기 때문에 위대한 문자입니다” 라고 인솔자가 설명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동안 한글을 등한시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정작 영어 혹은 제2외국어를 배움에 급급했고 한글과 한국어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박물관 견학을 계속하던 도중 내 눈을 사로잡는 하나의 사진이 있었다(사진 1) 지난 4월 1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을 때,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때의 나는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질문을 받았기에 영어와 라틴어에 빗대어 횡설수설 설명했던 기억이 났다. 국립한글박물관에 자세히 설명된 것처럼 ‘한글’은 문자이고 ‘한국어’는 언어이다. 이해를 도우려고 예를 들면, ‘알파벳’은 문자이고 ‘영어’는 언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한글의 ‘ㄱ’, ‘ㄴ’, 등의 자음이 소리를 냈을 때 우리의 혀가 만드는 모양을 본떠서 만들어졌다는 점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당시에 조선은 해부학이 많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기인데 세종대왕께서 홀로 이렇게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글자체계를 발명하고 구체화했다는 점이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한글의 위대함과 세종대왕의 천재성에 대해 깨달은 뒤, 우리는 바로 조선일보의 조선비즈에서 일하고 있는 김지수 편집장의 인터뷰에 대한 강연을 들으러 이동했다. 그녀가 전달하고자 했던 중점은 바로 “듣는 것”이었다. 대상이 누구든 간에 인터뷰는 대화의 한 형태이고 대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것은 자신이 더욱더 깊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기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취재원이 많은 정보를 준다는 것만큼 도움이 되는 일은 없다. 또한, 그녀는 인터뷰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적당히 알고 가는 것을 강조했다. 광범위한 자료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보의 바다에 허덕이다 정작 ‘사람’을 놓치게 된다는 말이다. 내겐 이제 처음으로 시작하는 대학생 기자단 활동이지만 앞으로 인터뷰하면서 ‘경청하는 자세’와 ‘사람’을 중심으로 임할 것이다.
김지수 편집장과 함께했던 유익한 인터뷰 강좌가 끝난 뒤 곧바로 성기지 한글학회 학술부장의 어문규범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의 교육은 ‘말’ 다르고 ‘글’ 다르다는 제목으로 첫 화두를 정했다. 그의 강좌는 첫째 마당인 한글 맞춤법의 얼개와 둘째 마당인 우리 글 띄어쓰기, 그리고 셋째 마당인 표준말 이야기로 나뉘었다.


첫째 마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은 ‘ – 로써’와 ‘ – 로서’를 구분하는 방법이다. ‘ – 로써’나 ‘ – 로서’ 앞의 구절을 ‘A는 B이다’ 식으로 만들어 보아서, 문맥상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 – 로서’를 쓰고, 말이 되지 않으면 ‘ – 로써’를 쓴다. 예를 들어 “그는 친구로서 우리 기억에 남아 있다”에서 ‘그는 친구이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그는 대패로써 나무를 깎았다”에서 ‘그는 대패이다’는 말이 안 되므로 이럴 때 ‘ – 로써’를 써야 한다.


띄어쓰기에 대해 배운 둘째 마당에서는 우리말 적기의 띄어쓰기 단위는 말마디, 즉 어절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하나의 말마디는 주로 하나의 낱말이거나, 또는 체언과 조사의 결합이거나, 아니면 어간과 어미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낱말의 기본형을 아는 것이 중요하며, 하나의 낱말인지 아닌지를 항상 국어사전에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여러 띄어쓰기 규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위 명사 띄어쓰기이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가 ‘개, 대, 마리, 번, 벌, 살, 원, 자루, 채, 결레, 사리’ 등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러한 각각의 의미를 지는 단위명사는 앞말과 띄어서 써야 한다. 그러나 단위 명사가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 곧 시간을 말하는 ‘두시 삼십분’이나 ‘제일과’, ‘삼학년’, ‘삼층’과 같은 경우나 숫자와 어울려 쓰일 때 붙여 쓸 수 있게 예외를 둔다. 그러나 한편으론 오늘을 사는 우리가 거의 모든 단위를 ‘개’로 잘못 통일하여 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마지막 마당인 표준말 이야기에서는 1988년 문교부 고시 88-2호로 표준어 규정이 바뀜에 따라 새롭게 표준말로 인정된 여러 어법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바뀐 형태를 표준말로 삼은 ‘상추, 미숫가루’ 등이 있다.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으면 그 중 하나가 훨씬 더 많이 쓰이면, 그 낱말만을 표준말로 삼는다”라는 표준어 규정 제25항에 따라 ‘주책이다’는 ‘주책맞다’ 혹은 ‘주책없다’로 써야 한다.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낱말 또는 발음이 비슷한 낱말들이 다 같이 널리 쓰이면 둘 다 표준말로 삼는다”는 표준어 규정 제19항에 따라 ‘우레’와 ‘천둥’이라는 단어는 혼용할 수 하다.

 

<사진2>모꼬지 일정

국립한글박물관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 교육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서울유스호스텔로 향했다.(사진2) 숙소에 도착해서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확실히 방송 쪽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력이 있는 정재환 공동대표의 강의는 흥미로웠다. 한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재미있게 설명했고 우리는 강연 듣는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오후 수업이 연장되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아쉽게도 정재환 공동대표와의 강연은 추후 일정 때문에 일찍 마치게 되었다. 그 후 우리는 김명진 운영위원이 준비한 여러 활동을 하며 서로가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낸 뒤, 모꼬지 이튿날 아침이 되었고 우리는 바삐 움직여야 했다. 오전 10시부터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에 있는 강의실에서 수업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침부터 다들 분주히 움직였다.(사진 2) 
 

<사진3>이광연 앵커 뉴스

이광연 와이티엔 앵커와 함께한 오전 교육은 방송 뉴스계의 원리를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었다.(사진 3) 채널 와이티엔에 2001년도부터 입사해서 앵커 생활을 오래 해온 그녀였기에, 우리에게 좀 더 생생한 경험과 지식을 들려주었다. 와이티엔의 특성상 하루 24시간 동안 뉴스를 전달하기 때문에 4가지의 부서로 나뉘어 시간대별로 뉴스를 제작하고 보도하는 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뉴스를 보고 자기가 스스로 뉴스 순서를 정해보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생각해보라는 충고를 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는 것과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그리고 궁극적으로 뉴스진행자를 하고 싶은 나에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었다.


그다음으로 한겨레신문 이제훈 기자의 기사 작성법에 대한 강의가 곧바로 시작되었다.(사진 4) 그는 1993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하여 무려 23년간 기자로 활동해왔다. 그는 언론사가 이데올로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관과 맞는 곳을 미리 정하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중 내 기억에 가장 뚜렷이 새겨진 충고다. 그의 동료들의 예를 들며 그는 자신의 성향과 맡지 않는 신문사에서 일하는 것은 굉장히 괴롭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진 단순히 취업하기 위해 아무 신문사나 방송사에 일단 입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언론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문의 논조를 언급하며 그는 단어선택이나 배열의 숨겨진 의미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건 관련 발언을 하는 기사를 쓸 때, ‘선량한’ 피해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선량하지 않은 피해자도 있다는 점을 내포한다는 말이다. 또한, 신문기사는 명확하고 간결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 4>이제훈 기자의 강의

이제훈 한겨레신문 기자와의 강의를 마치고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곧바로 강재훈 한겨레신문 기자가 진행하는 보도사진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강의실로 모였다. 그는 본인의 사진 경력과 화려한 이력에 걸맞게 수업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다. 실제로 우리 대학생 기자단원들을 사진기로 찍으며 어떠한 방법으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었다. 보도사진에 국한되지 않고 매체 사진을 찍을 때는 같은 장면을 가로와 세로, 그리고 근거리와 원거리에서 각각 2장씩 찍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사진을 찍을 때 흔들림 없는 자세로 안정되게 찍어야 초점이 정확히 잘 맞는다는 것을 배웠다. 남들과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야, 즉 ‘굴러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는 점을 설명하며 그는 직접 실제로 바닥에 누워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찍어온 사진들을 직접 보여주고 몸으로 사진 찍는 법을 묘사해준 것은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보도사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던 터라 이 교육은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사진 5 기자단 명함_간형우

강해준 한겨레신문 사진기자의 수업을 끝으로 모든 강의는 끝이 났다.(사진 2) 지방으로 다시 가야 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우리는 빠르게 발대식을 진행했다. 작년에 활동했던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2기 학생들이 먼저 공로증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연도에 활동을 시작할 우리 3기 기자단이 각자의 명함을 받으며 공식적으로 기자단으로 임명되었다.(사진5) 모두가 명함을 건네받고 우리는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아리아리”라는 한글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활발한 활동과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사진 6) 이번 1박 2일의 모꼬지를 통해 전혀 한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점들을 많이 배웠다. 얼마나 한글이 위대한 문자이고, 한국어가 얼마나 대단한 언어 체계인지 새삼스레 느낀 기회였다. 대학생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사실 이 기사를 작성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글을 쓰는 내내 즐거운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이 없었다. 한글의 올바른 사용법과 그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기사를 쓰면서 필력은 차차 나아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말을 더욱더 사랑하고 아끼며,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아는 그런 기자가 되려 한다.

<사진6>기자단 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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