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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도쿠리, 도꾸리, 도꼬마리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1.

[아, 그 말이 그렇구나-145] 성기지 운영위원

 

도쿠리, 도꾸리, 도꼬마리

 

옛날에는 치과병원도 흔치 않았을뿐더러 치료비 또한 서민들이 감당키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우리 어버이 세대에서는 틀니 따위를 ‘야매’로 끼우는 일이 흔했다. 이 말은 정확히 표현하면 ‘야매’가 아니라 ‘야미’이다. ‘야미(暗)’는 “정당하지 못한 거래”를 뜻하는 일본말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뒷거래’로 순화했다. ‘야미’는 일본말이지만 ‘야매’는 우리식 한자말이다. 보통 ‘야매하다’라고 하면 “촌스럽고 어리석다”는 뜻인데, “그 곳 원주민의 생활은 아직도 곤궁하고 야매한 모양이었다.”처럼 사용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기지’와 ‘기장’이 있다. 흔히 양복 옷감으로 만든 펄렁펄렁한 바지를 ‘기지바지’라고 하는데, 이때의 ‘기지(きじ)’는 “옷감”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이 ‘기지’를 ‘천’으로 순화하였다. 그러나 “바지 기장을 줄인다.”고 말할 때의 ‘기장’은 (일본말이 아니라) “옷의 길이”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이 말은 ‘옷기장’과 동의어로서만 쓰일 뿐, 머리 기장이니 허리 기장이니 하는 것처럼 신체의 길이를 나타내는 말로 쓰지는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본말과 우리말이 비슷하게 발음되는 사례 가운데 ‘도쿠리’와 ‘도꾸리’가 있다. 우리 어버이 세대에서는 목까지 올라오도록 털실로 짠 옷을 흔히 ‘도쿠리’라고 했는데, 이 말은 일본말 잔재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도 이 ‘도쿠리’와 비슷한 말인 ‘도꾸리’가 있다. ‘도꾸리’는 ‘도토리’를 가리키는 경기도 방언이다. 또 이와 발음이 비슷한 말 가운데 ‘도꼬마리’란 한해살이풀도 있다. 시골 들길을 걷다 보면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바지에 달라붙는데, 이것이 도꼬마리이다. 도꼬마리도 순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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