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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말 먼저 - 간형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25.

우리말 먼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우리말 표기법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대학 내에서 혹은 대학 문화 속에서 한국어가 외국어에 밀려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H스퀘어

서울특별시 성동구 행당동에 있는 한양대 동문회관 예식장이 다가오는 8월 “H스퀘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다. (사진 1). 한양대 동문회관 예식장 관계자는 명칭을 바꾸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양인의 광장이 영어로 H스퀘어이고,  새롭게 재단장한 결혼식장의 새출발을 기리기 위해 명칭을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호명칭은 원래의 한양대 동문회관 웨딩홀/예식장으로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어로 충분히 표기 가능한 명칭을 영어로 바꾼 경우를 같은 학교에서 몇가지 더 찾아 볼 수 있다.
한양대학교 안산캠퍼스는2009년 12월 캠퍼스 명칭 변경에 대한 투표를 거쳐 이름을 에리카(ERICA) 캠퍼스로 변경했다. ‘ERICA’라는 명칭은 학문, 연구, 산업이라는 의미의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t Ansan’의 첫머리 글자를 딴 약자이다.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사회과학대학에 속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는 원래 1963년 4월에 신문학과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그 후 1997년 3월에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부 신문방송전공으로 통합되었다. 신문방송학과라는 명칭이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로 바뀐 것은 지난 2011년 5월이다. 학과 홈페이지에는 “2011년부터 학과 이름을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로 변경하여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포괄적, 융합적으로 연구하고… (중략)… 전문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되어있다.


이러한 외국어 표기법 지향 현상은 일부 대학 만의 특징이 아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외국어 학과 명칭은 이미 대다수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라는 이름을 대체 하고 있다.


학업에 국한되지 않은 부분에서도 외국어 표기법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이 동아리나 학과에서 단체로 떠나는 여행을 통상적으로 ‘엠티(MT)’라고 부른다. 여기서 엠티는 ‘Membership Training’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많은 학생들이 엠티를 대체할 수 있는  ‘모꼬지’라는 단어를 모른다는 것이다.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또는 그 밖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모꼬지는 오히려 ‘Membership Training’보다 여행의 취지와 더 잘 맞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영어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영어나 외국어로 여러 명칭을 표기하는 현상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외국어로 표기하는 것 혹은 원래 있던 한국어 명칭을 외국어로 바꾸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무작정 외국어를 좋아하고 우대하는 태도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외국어 능력을 한국어 능력보다 중요시하는 현상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한국 사람으로서 모국어를 잘 알고 보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다수가 우리말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끄러운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대학 내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동아리’와 같은 우리말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작게는 엠티를 ‘모꼬지’로 대체하는 동아리와 학과의 노력이 필요하다. 크게는 학교 건물이나 혹은 학과 명칭을 다시 한국어로 표기하려는 움직임이 요구된다. 나아가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말을 선호 혹은 지향하는 태도가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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