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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책에 관한 우리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3]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예나 지금이나 책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독서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는 반가운 통계를 볼 수 있다. 아직도 사람들의 손에는 책보다 휴대전화가 많이 들려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책 읽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할 때에, 자기가 읽던 책장 사이에 끼워놓는 조그마한 표가 있다. 이것을 가리켜 ‘책갈피’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지, 그곳에 끼워두는 물건을 부르는 말이 아니다. 책갈피에 끼워서 읽던 곳의 표시로 삼는 표는, 한자말로는 ‘서표’라 하고, 우리말로는 ‘갈피표’라고 한다. 또, .. 2018. 9. 20.
불에서 생겨난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2] 성기지 운영위원 목욕탕이나 온천은 물을 품고 있는 시설들이라 불이 날 염려가 적은 듯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충북 제천의 목욕탕 화재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며칠 전에는 경북 청도의 온천 시설에서 불이 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다. 불은 언제 어디서든 무서운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말에 불에서 생겨난 말들이 무척 많은데, 주로 다급하게 타오르는 불의 속성을 빌린 말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리나케’란 말이다. 글자 그대로 ‘불이 나게’에서 나온 말로, 몹시 서둘러서 아주 바쁘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옛날에는 부싯돌을 맞부딪쳐서 불을 일으키거나, 옴폭 패인 돌에 나뭇가지를 넣고 아주 세고 빠르게 돌려서 불을 피웠다. 그래서 불이 일어날 .. 2018. 9. 12.
막걸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선조는 술을 가리켜 “정신을 흐리멍덩하게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물”이라는 뜻으로, ‘도깨비물’ 또는 ‘도깨비탕’이라고 불렀다. 지방에 따라 술을 ‘도깨비뜨물’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옛날에는 주로 막걸리를 마셨는데, 그 빛깔이 쌀을 씻어내 부옇게 된 뜨물과 닮았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거칠다’는 뜻을 나타내는 접사 ‘막-’과, ‘거르다’에 ‘이’가 붙은 ‘걸리’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막걸리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말 가운데 ‘막국수’가 있다. “겉껍질만 벗겨 낸 거친 메밀가루로 굵게 뽑아 만든 거무스름한 빛깔의 국수”를 막국수라 한다. 막걸리도 이처럼 “거칠게 걸러낸 것”이라는 뜻인데, 말 그대로 맑은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2018. 9. 5.
‘그을다’와 ‘그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0] 성기지 운영위원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지긋지긋한 무더위도 자연의 큰 걸음에는 버틸 재간이 없었나 보다. 어느덧 한밤중에는 창문을 닫고 자야 할 만큼 서늘해졌다. 오랜만에 마주한, 여름을 견디어 낸 벗들은 마치 훈장을 단 것처럼 목덜미와 팔뚝이 그을어 있다. 이때 ‘그을렸다’를 가끔 ‘그슬렸다’라 말하기도 하는데 ‘그을다’와 ‘그슬다’는 뜻이 다른 낱말이다. 한여름 햇볕에 피부를 살짝 태운 모습을 나타내는 말은 ‘그슬리다’가 아니라 ‘그을리다’이다. 알맞게 햇볕이나 연기 등에 오래 쬐면 빛이 검게 되는데, 그런 상태를 ‘그을다’, ‘그을었다’고 한다. ‘그을리다’는 이 ‘그을다’의 피동형이면서 또한 사동형(그을게 하다)이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도, 연기에 그을린 굴뚝도 .. 2018. 8. 29.
아저씨와 아주머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9] 성기지 운영위원 ‘아저씨’라는 말이 요즘에는 남남끼리에서 남자 어른을 부르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지만, 예전부터 이 말은 친척간의 부름말이었다. 곧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아저씨라 불렀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사촌 형제는 가리킴말로서는 ‘당숙’이지만, 부름말은 ‘아저씨’였다. 아버지의 친형제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도 ‘아저씨’라 불렀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흔히들 ‘삼촌’이라 부르고 있는데, 본디 ‘삼촌’은 가리킴말이지 부름말이 아니었다. ‘아주머니’라는 말도 지금은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본디는 친척 가운데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부.. 2018. 8. 22.
‘비리’와 ‘비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8] 성기지 운영위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앞으로 비리공무원은 금액ㆍ지위에 관계없이 퇴출당하고, 이후에도 공직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된다.”고 밝히고 있다. 뇌물 수수를 엄하게 금지하는 조치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수십 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것은 이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때 ‘비리공무원’은 알맞게 쓰인 표현이 아니다. ‘비리’는 “옳지 않은 일”을 뜻하는 말이다. “비리를 보고 따끔하게 꾸짖었다.”처럼 쓸 수 있지만, ‘비리’라고 해서 모두 법적으로 처벌 받을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법에 어긋나는 일”을 뜻하는, ‘비위’라는 말이 따로 있다. 이 ‘비위’를 써야 할 자리에까지도 모두 ‘비리’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앞에서.. 2018. 8. 14.
‘운용’과 ‘운영’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7] 성기지 운영위원 ‘운용하다’와 ‘운영하다’란 말이 있는데 뜻과 소리가 비슷하여 자주 헷갈리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운영을 “조직이나 기구, 사업체 따위를 경영하는 것”으로, 운용을 “무엇을 움직이게 하거나 부리어 쓰는 것”으로 각각 풀이해 놓았다. 예를 들면, “기업 운영”, “운영 개선”, “조직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다” 등에서는 ‘운영’이고, “자본의 운용”, “법의 운용을 멋대로 하다”, “기금을 잘 운용하다” 등에서는 ‘운용’이 되겠다. 다시 말해서 운영은 단체나 조직 따위를 경영한다는 뜻이고, 운용은 자본이나 자원 따위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운영은 그래서 주로 학교나 정당, 기업, 대회 등과 어울려서 사용되고, 운용은 자본, 기금, 예산이나 물품 등과 어울려 .. 2018. 8. 1.
무더위와 한여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6]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처럼 찌는 듯이 더운 날씨를 ‘무더운 날씨’라고 말한다. 본디 ‘찌다’는 말은 물을 끓여서 뜨거운 김으로 익히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니 찌는 듯이 덥다는 것은 뜨거운 김으로 익혀지는 듯이 덥다는 뜻이 된다. 뜨거운 김은 끓는 물에서 올라오는 것이니, ‘물’과 ‘더위’를 합친 ‘무더위’가 곧 “찌는 듯한 더위”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나 또는 추운 겨울에는 흔히 ‘한여름’, ‘한겨울’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한봄’이나 ‘한가을’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데, 그것은 이때의 ‘한’이라는 말이 “한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이라고 하면 “한창 밤중”이라는 뜻이 되는 것처럼, 더위가 한창인 여름이나 추위가 한창인 .. 2018. 7. 25.
빚쟁이와 빚꾸러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5] 성기지 운영위원 학생들 사이에서 “재수 덩어리!”, “왕재수야!” 하는 말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말들을 부정적으로 쓰는 것이라면, ‘재수’라는 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사례이다. ‘재수’라고 하면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운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재수’는 누구나 바라는 참 좋은 말이 된다. “왕재수야!” 하면 대단히 좋은 일이 생겼다는 말이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는 정반대가 된다. 운수 나쁜 일이 생겼을 때에는 이 말에 ‘없다’를 붙여서 ‘재수 없다’라고 표현해야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다. 이런 말들은 잘못 쓰고 있는 경우이지만, 아예 원래의 뜻이 반대로 옮겨가서 굳어진 낱말들도 있다. ‘빚쟁이’란 말도 그러한 사례이다. 요.. 2018.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