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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9

고랑과 이랑 [아, 그 말이 그렇구나-326] 성기지 운영위원 춘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산과 들이 기지개를 켜고, 얼었던 논밭에도 새 생명의 기운이 꿈틀댄다. 산자락에 매달린 밭에서는 벌써 호미를 들고 밭이랑을 고르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랑’이란 말은 밭농사를 짓는 분들에겐 무척 친숙한 낱말이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서도 이랑과 고랑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랑은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아 만든 곳이고, 고랑은 그 두둑한 땅과 땅 사이에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이다. 이랑에선 모종이 자라고 고랑으론 빗물이 흘러든다. 밭농사는 반드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흙을 깊이 갈아엎어서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고른 다음, 고랑에서 파 올린 흙으로 이랑을 만들어 씨앗을 넣거나 모종을 옮겨서.. 2020. 3. 11.
호박씨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1] 성기지 운영위원 관용구나 속담 가운데는 주로 민간어원이라 확인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속담이 있는데,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도 남 몰래 엉큼한 짓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까놓은 호박씨가 참 많다. 뉴스를 검색할 때마다 호박씨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러면 이 속담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었을까? 옛날에 아주 가난한 선비가 살았는데, 이 선비는 글공부에만 매달리고 살림은 오로지 아내가 맡아서 꾸려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선비가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방문을 여니까 아내가 무언가를 입에 넣으려다가 얼른 엉덩이 뒤쪽으로 감추는 것이 보였다. 선비는 아내가 자기 몰래 음식을 감춰 두고.. 2019. 11. 27.
모국어라고 누구나 잘 아는 것은 아니다. - 이강진 기자 모국어라고 누구나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rkdwls1348@naver.com “에게, 이것밖에 못 했어? 일을 하긴 하는 거야?” 어리버리한 김대리는 하루라도 부장님에게 혼구녕이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핼쓱한 얼굴에, 밤마다 우는지 붓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고, 감기에 걸려 계속 기침을 해댔기에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윗글의 문장에서 틀린 표현이 없을까? 있다면 얼마나 틀렸을까? 이 3줄짜리 짧은 글에서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이 모두 6군데 있다. 맞춤법에 맞게 문장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에계, 이것밖에 못했어? 일을 하긴 하는 거야?” 어리바리한 김대리는 하루라도 상사에게 혼구멍이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해쓱한 얼굴에, 밤.. 2019. 10. 30.
가을 속담 [아, 그 말이 그렇구나-302] 성기지 운영위원 가을이 깊어간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9월 23일)마저 지났으니, 이제 침대에서 뭉그적거릴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사계절 가운데 몸과 마음이 가장 넉넉해지는 가을을 가리켜 우리 조상들은 “가을들이 딸네 집보다 낫다.”고 했다. 그러나 가을걷이에 나선 농가의 사정은 그리 만만치 않다. 워낙 바쁘고 일손이 부족한 계절이라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벙인다.”, 심지어는 “가을에는 죽은 송장도 꿈지럭거린다.”는 속담이 생겨났다. 농촌의 가을 풍경을 담은 “어정 7월 동동 8월”이란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음력 7월은 봄철에 심은 곡식과 과일이 한창 무르익는 시기이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한가해서 어정거리며 시간을 보내지만, 음력 8월은 가을걷이로 일손.. 2019. 9. 25.
호랑이 호랑이(54 x 39cm)는 2015년 2월에 제작하여 2017년 1월에 전시, 발표한 작품입니다. 백두산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토종 호랑이로 이제는 동물원에 가야만 볼 수 있지만, 예전에는 건국신화나 속담, 설화 등에 많이 등장할 정도로 개체 수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호랑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래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 되었으며, 검은 줄무늬와 황갈색의 몸 빛깔이 아름다운 호랑이는 우리에게는 상당히 친숙한 동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의 그림글자를 제작하면서 용맹한 모습보다는 아기호랑이들을 넣어 친숙함을 강조하려고 한 것은 이러한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2019. 9. 11.
장을 지지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6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 속담 가운데 ‘장을 지지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장담할 때 ‘장을 지지다’라는 표현을 쓴다. 이 속담이 어떤 의미에서 생긴 말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다. 이때의 ‘장’을 ‘掌’(손바닥 장)으로 보면 ‘장을 지지다’는 ‘손을 지지다’로 해석되고, ‘장’을 된장이나 간장을 뜻하는 ‘醬’(젓갈 장)으로 보면 ‘장을 지지다’는 ‘장을 끓이다’로 해석되며, ‘장’을 ‘章’(글 장)으로 보면 ‘인장(印章)을 지지다’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 속담은 그냥 ‘장을 지지다’로만 전해지지 않고 “손에 장을 지지겠다.”,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다.”처럼 구전되어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손이나 손바닥을 중복해 쓴 ‘掌’보다 ‘醬’ 또는 .. 2018. 12. 5.
(연속 기획) 3. 일상을 오염시키는 소리, 욕설-강아현 기자 (연속 기획) 3. 일상을 오염시키는 소리, 욕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강아현 기자 rkddkgus6223@naver.com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예로부터 ‘말’이 중요했음을 알 수 있는 속담들이다. 말은 사람들을 서로 이어주기도, 끊어버리게도 한다.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기도 하고 어떤 문제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말의 힘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일상에서는 서로 ‘고운 말’이 오고가는 중일까? 앞선 기사들과 같이 ‘말’에서 가장 쉽게 보이는 문제로 ‘욕설’을 지적했다. 욕설을 섞은 대화가 ‘고운 말’로 보이기는 어렵다. 우리 일상을 둘러싼 욕설 문제를 이야.. 2018. 9. 6.
어릴 적 배운 속담 속에도 여성 혐오가?-최지혜 기자 어릴 적 배운 속담 속에도 여성 혐오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최지혜 기자 jihye0852@naver.com 지금 우리 사회는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판을 치고 있다. 혐오는 사람의 행위가 아니라, 사람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감정이고, 특히나 사회적 약자에게 향하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비윤리적이다. 자기보다 취약한 대상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가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배우지만, 그 실천이 어려운 듯하다. 취약한 이들에 대한 혐오는 보통 혐오표현을 통해 드러난다. 도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는 혐오표현을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차별을 확산시키거나 조장하는 행위 또는 어떤 개인, 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 2018. 9. 3.
[누리방송] 그러니까 말이야 24회 아하 그렇구나!, 바꿔 볼까요? 우리 말글을 주제로 꾸려지는 누리방송(팟캐스트) 이건범의 "그러니까 말이야" 가 24번째 방송을 2014년 10월 28(화) 공개했다.▣ 방송 들으러 바로 가기 >> http://www.podbbang.com/ch/7823 아하 그렇구나, 바꿔볼까요아하 그렇구나! 에서 속담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줄에 담겨있는 뜻을 알아보고, 바꿔볼까요? 에서는 우리 거리에 보이는 간판에 사용된 글씨를 조사한 내용을 이야기 한다. "그러니까 말이야" 듣는 방법1. 팟빵(podbbang.com) 에 접속하여 '그러니까 말이야' 로 검색한다.2. '그러니까 말이야' 채널에서 각 회차를 선택하면 들을 수 있다. 3. 스마트폰에서 팟빵앱을 내려받으면 이동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그러니까 말이야" 돕는 방법 1. 팟빵에서 듣고 .. 2014.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