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바스스하다, 아스스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1] 성기지 운영위원 혼자 지내는 연예인의 일상을 비춰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막 자고 일어난 모습을 나타내는 ‘부시시한 모습’이란 자막을 보았다.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는 모양을 나타낼 때, ‘머리가 부시시하다’, ‘부시시한 머리카락’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모두 ‘부스스하다’로 바로잡아 써야 한다.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가 부스스하다.”, “부스스한 머리로 밖에 나갔다.”처럼 말해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이 ‘부스스하다’의 작은말로 쓰이는 것이 ‘바스스하다’이다. 머리카락이 조금 흐트러져 있으면 ‘부스스하다’보다는 ‘바스스하다’가 어울리는 표현이다. ‘부스스하다’와 비슷한 말 가운데 ‘푸시시하다’가 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을 때라든가, “집 잃.. 2019. 4. 10.
하고자 하오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80] 성기지 운영위원 공문서에서 “~하고자 하오니”라는 말이 자주 눈에 띈다. 여기에서 연결어미로 쓰인 ‘-오니’는 그 뒤에 종결어미를 ‘-옵니다’로 대응시키지 않는 한, 평서체인 ‘-니’로 고쳐 써야 한다. 높임법에서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관계나,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 관계가 들어맞아야 하는 것이다. 가령, “10시부터 회의가 진행되오니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란 문장은 이러한 호응 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이다. 이 문장은 “10시부터 회의가 진행되니 꼭 참석하시기 바랍니다.”가 자연스럽다. 아니면 “10시부터 회의가 진행되오니 꼭 참석하시기 바라옵니다.”로 고쳐 써야 하는데, 이는 현대 언어생활에 맞지 않다. 또, 공문서에서는 ‘~하고자’를 흔히 ‘~코자’로 줄여 쓰고.. 2019. 4. 3.
봄채마, 봄단장, 봄뜻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9] 성기지 운영위원 꽃샘추위가 아직 머물러 있긴 하지만, 나무들을 보면 줄기에 물이 오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온 누리가 봄맞이에 한창이다. 봄에는 입맛을 잃기 쉬운데, 입맛을 돋워 주는 가장 좋은 먹거리가 바로 봄나물이다. ‘나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채소 따위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나물 가운데서도 무나 배추처럼 사람이 심어서 가꾸는 나물을 따로 우리말로 ‘남새’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이 가꾸어서 기르거나 산과 들에 저절로 난 온갖 나물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푸성귀’이다. 봄에 산이나 들에 돋아나는 나물을 모두 봄나물이라 하고, 그 가운데 봄에 사람이 심어서 먹는 여러 가지 남새들을 따로 ‘봄채마’라 한다. 냉이, 쑥, 봄동, 달래, 취나물,.. 2019. 3. 27.
나는 나는 슈퍼맨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8] 성기지 운영위원 “하늘을 날으는 비행기”라고 쓰는 이들이 있다. 자동사 ‘날다’는 규칙적으로 씨끝이 바뀌지 않는, 곧 불규칙 활용 용언이다. 따라서 ‘날다’는 ‘나니, 나오, 나는’ 들과 같이 끝바꿈하므로 “날으는 비행기”가 아니라 “나는 비행기”이다. 바로잡으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된다. 또, 가끔 “하늘을 나르는 비행기”라고 쓰인 문구도 눈에 띈다. ‘나르다’는 ‘옮기다, 운반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타동사이므로, ‘하늘을 나르는’이라고 하면 ‘하늘을 옮긴다’는 뜻이 되니, 제 아무리 큰 비행기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슈퍼맨’이라는, 인기 있는 대중가요가 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누구나 슈퍼맨이 되는 듯한 느낌에 젖어든다. 이때 “나는 슈퍼맨”이라고 하면.. 2019. 3. 20.
추스르다, 추어올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7] 성기지 운영위원 2019년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었다. 겨우내 이때를 기다려왔던 감독들은 시범경기가 팀의 전열을 맞추는 기회이다. 그런데 언론 기사 가운데 “팀을 추스려서 정규 시즌에 대비한다.”라는 표현이 눈에 뜨인다. 이는 ‘추스르다’를 ‘추스리다’로 잘못 알고 쓴 사례이다. ‘추스르다’는 ‘추슬러서’, ‘추슬렀다’처럼 활용되므로 “팀을 추슬러서 정규 시즌에 대비한다.”처럼 써야 한다. 우리말에 ‘추스리다’는 말은 없기 때문에, ‘추스려서’, ‘추스렸다’와 같은 말들은 모두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추스르다’는 어떤 일을 수습한다는 뜻 외에, 소변을 보고 “바지춤을 추스르다.”라든지, 업고 있는 아기가 밑으로 내려가면 “아이를 추스르다.”라고 말할 때와 같이 ‘끌.. 2019. 3. 13.
허리가 줄은 것 같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6] 성기지 운영위원 오늘이 경칩이니까, 이제 새봄이 바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미세먼지가 뒤덮이건 말건 얼어붙었던 땅도 희색만면해지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에 체중 감량에 성공한 여성들은 이제부터 옷맵시를 뽐내고 싶어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허리 치수가 줄었다고 할 때, “허리가 줄은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줄다’처럼 어간 받침이 ㄹ인 말들은 시제를 나타내는 어미를 붙일 때 보통 ㄹ이 탈락된다. ‘줄은 것 같아’가 아니라 ‘준 것 같아’라고 해야 한다. (‘같다’는 추측을 나타내는 형용사이므로 ‘허리 치수가 줄었어.’가 바람직한 표현이다.) “한국어가 많이 늘은 이주 여성”이라고 할 때에도, ‘많이 늘은’이 아니라 ‘많이 는’이라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떡.. 2019. 3. 6.
의거, 순국선열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5] 성기지 운영위원 3.1운동 100돌을 맞이하여, ‘3.1운동’ 명칭에 관한 논의가 잦다. ‘운동’은 국어사전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또는 그런 활동.”이라 풀이되어 있다. 온 나라 백성이 일제로부터 독립을 되찾고자 일시에 만세를 부른 일이니 ‘운동’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날의 민족적 저항을 단순히 ‘독립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로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일제의 강압적 침탈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봉기한 ‘의거’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의거’는 국어사전에서 “정의를 위하여 개인이나 집단이 의로운 일을 도모함.”이라 풀이하고 있다. 3.1의거 때 순국한 선열들의 피는 아직도 뜨겁다. ‘순국선열’은 국어사전에 “나라를 위하여 목.. 2019. 2. 27.
‘광복’과 ‘해방’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4] 성기지 운영위원 오는 3월 1일은 3.1운동 100돌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의 뜻과 정신을 기리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여러 민간단체들이 갖가지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일제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것을 ‘광복’이라고도 하고 ‘해방’이라고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8월 15일을 ‘8․15 해방’이라 해 오다가 30여 년 전부터 ‘8․15 광복’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해방’과 ‘광복’은 서로 뜻이 다른 낱말이다. ‘해방’은 가두었던 것을 풀어 놓는다는 뜻이므로, ‘해방하다’라고 하면 ‘~에서 풀어주다’가 되고, ‘해방되다’라고 하면 ‘~에서 풀려나다’는 말이 된다.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는 ‘해방한’ 곧 ‘풀어준’ 것이 아니라, ‘해방된’ 곧 ‘풀려.. 2019. 2. 20.
섬뜩하다, 선뜩하다, 선뜻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73] 성기지 운영위원 입춘이 훌쩍 지나고 봄비가 얼음을 녹이는 우수를 며칠 앞두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춥다. 날씨가 추운 것만큼이나 오싹하고 살벌한 사건 사고들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섭고 끔찍한 것을 ‘섬찍하다’, ‘섬찟하다’ 들처럼 말하곤 하지만, 이 말들은 표준말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신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 ‘섬뜩하다’가 오랫동안 표준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국립국어원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섬찍하다’는 북한말로, ‘섬찟하다’는 표준말로 각각 올라 있다. ‘섬찟하다’와 ‘섬뜩하다’는 복수 표준어라는 이야기다. ‘섬찟하다’, ‘섬뜩하다’ 들과 비슷한 말로, ‘선뜩하다’란 말도 있다. 추운 날에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와 방안에 있는 사람의 속.. 2019.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