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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비뚤어진 강조 표현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6] 성기지 운영위원 올림픽 경기 해설자가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는 말을 하였다. 여기에서 ‘이렇게’를 빼면,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가 된다. 자랑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자랑스러울 수도 없다는 말이다. 부정어를 다시 부정하면 강한 긍정이 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고 하면 강조 용법을 제대로 쓴 것이 되겠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습니다.”고 하면 매우 어색한 강조 표현이 되고 만다. 이 말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나 “참 자랑스럽습니다.”처럼 고쳐 써야 한다. 또, “잠을 세 시간뿐이 못 잤다.”라든가, “이제 천 원뿐이 안 남았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 2018. 3. 7.
희로애락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5] 성기지 운영위원 내일부터 3월이 시작된다. 본격적인 봄철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자성어 가운데 ‘삼춘가절’이라는 말이 있다. 봄철 석 달의 좋은 시절을 뜻하는 말로서, 3, 4, 5월을 삼춘가절이라고 한다. ‘삼춘가절’처럼, 한자 넉 자로 된 사자성어를 흔히 한자 익은말이라고 한다. 한자 익은말은 우리 선조부터 오랫동안 친근하게 써 왔기 때문에, 우리 언어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그런데 이 한자 익은말 가운데 자주 틀리는 것들이 있다. 며칠 전에 어느 광고문에서 ‘희노애락’이란 낱말을 보았는데, 이것은 한자 익은말을 잘못 쓴 것이다. 한자 ‘기쁠 희’ 자와 ‘노할 노’ 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희노애락’이라고 옮겨 쓸 수 있겠지만, 이 말은 .. 2018. 2. 28.
운동화 끈 매고 가방 메고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4] 성기지 운영위원 평창 겨울 올림픽 대회가 끝나 가고 있다. 운동화 끈을 바짝 ‘매는’ 선수들의 모습 대신에 이제 가방을 ‘메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매다’와 ‘메다’는 전혀 다른 동작이지만, 말소리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매다’는 “신발 끈을 매다.”, “옷고름을 매다.”처럼, ‘끈이나 줄 따위를 잡아 묶는 것’을 말하고, ‘메다’는 “가방을 메다.”처럼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애’와 ‘에’ 모음의 발음 구별이 어려워서 잘못 적기 쉬운 사례가 있는가 하면, 자음 ㅎ 발음이 뚜렷이 나지 않아 혼동되는 경우도 있다. ‘곤욕’과 ‘곤혹’이 그러한 말들인데, ‘심한 모욕을 당한다’는 뜻을 나타낼 때는 “곤욕을 당하다/치르다/겪.. 2018. 2. 21.
설 명절은 가족끼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3] 성기지 운영위원 “설 명절에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처럼, 우리는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가질(소유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그 시간에 따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은 ‘시간을 보내다’로,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세요.”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설 연휴를 맞아 너도나도 국제공항으로 가고 있는 한편에는 “설 명절은 가족끼리”라는 구호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올바른 말일까? ‘-끼리’라는 말은 여럿이 함께 패를 짓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젊은이들끼리 어울리는 카페”.. 2018. 2. 14.
‘참고’와 ‘참조’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2] 성기지 운영위원 사무실에서 공문서를 다룰 때 가끔 “OO 참고”라든가 “OO 참조”라는 용어를 만나게 된다. 이런 용어를 자주 대하다 보면, 한 번쯤은 ‘참고’와 ‘참조’의 차이점에 대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참고’는 어떤 일에 대해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는다는 뜻이다. “업무에 참고할 것.”, “아래 사항을 참고할 것.” 들처럼 쓰는 용어이다. 이에 비해 ‘참조’는, 참고로 비교하고 대조해 본다는 뜻이다. 가령, 어떤 기사를 읽을 때 그와 관련된 다른 기사를 비교해 보라는 뜻으로 “관계 기사 참조”라고 하는 경우에 쓰는 용어이다. 공문에서, 단지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면, “참조하시기 바랍니다.”가 아니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8. 2. 8.
‘마치다’와 ‘끝내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1] 성기지 운영위원 교사가 학생들에게 “개인 사정으로 10분 앞당겨 수업을 마치겠습니다.”라고 하면, 이 문장은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마치다’는 말은 국어사전에 ‘어떤 일이나 과정이 끝나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곧 어떤 일을 의도적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끝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일 의도적으로 ‘어떤 일이나 과정을 끝나게 하다.’는 뜻을 표현하려면 ‘마치다’ 대신에 ‘끝내다’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앞의 문장은 “개인 사정으로 10분 앞당겨 수업을 끝내겠습니다.”로 고쳐 써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정리하면, 정해진 수업 시간을 다 채웠을 때는 “오늘 수업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라고 하지만, 어.. 2018. 1. 31.
신이라 불리우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20] 성기지 운영위원 라는 색다른 우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오래 전에 라는 만화가 인기를 모았던 적도 있었다. 나날살이에서 ‘불리우다’는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문제가 없을까? “그 사람은 살아있는 신으로 불리웠다.”는 말은 “그 사람은 살아있는 신으로 불리었다.”처럼 ‘불리웠다’를 ‘불리었다’로 고쳐 써야 한다. 곧 ‘신이라 불리우다’는 ‘신이라 불리다’가 올바른 표현이다. ‘부르다’의 피동 표현은 ‘불리다’이지 ‘불리우다’가 아니다. 일상의 말글살이에서 이처럼 피동형을 만들어주는 도움줄기를 불필요하게 겹쳐 쓰고 있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땅에 구덩이가 패였다.”처럼 ‘패이다’라고 하는 것도 잘못된 말이다. 본디 골이나 구덩이가 생기게 하는 것을 ‘파다’라고 하.. 2018. 1. 25.
잊혀진 계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9] 성기지 운영위원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옳지 않게 사용한 단체와 개인에 대한 보도 때문에 요즘 기부 문화가 많이 움츠러들었다고 한다. “이 돈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여지기를 바랍니다.”란 문장에서 ‘쓰여지다’는 옳은 말일까? 이 말은 ‘쓰다’라는 동사에 피동 표현이 겹쳐서 나타난 것이다. ‘쓰다’는 피동형을 만들어주는 ‘이’를 넣어서 ‘쓰이다’로 적으면 이미 피동이 된다. 여기에 또다시 ‘-지다’를 붙이는 것은 바르지 않다. 이 문장은 “이 돈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기를 바랍니다.”와 같이 고쳐 써야 한다. “그와 같은 기부 천사는 잊혀질 리가 없다.”에서도 ‘잊혀질’이라는 표현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잊다’의 피동형은 ‘잊히다’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잊.. 2018. 1. 18.
지금 너무 졸립거든요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8]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처럼 이렇게 날씨가 추울 때에는 집안에서 난방을 틀고 있어도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것을 흔히 “우풍이 있다.”, “우풍이 세다.”라고 하는데, 바른 말이 아니다. 이때의 ‘우풍’은 ‘외풍’이라 해야 맞다. ‘외풍’(外風)은 “밖에서 들어오는 찬 기운”을 뜻하는 한자말이다. 이 말을 ‘우풍’으로 발음하다 보면 “위쪽에서 내려오는 바람”으로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외풍은 출입문이나 창문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과, 벽을 통해 들어오는 찬 기운을 모두 가리키는 말이다. 낡고 오래된 집일수록 외풍이 심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기도 한다. 잠을 설치고 출근해서 책상에 앉으면 눈꺼풀이 무겁게 느껴진다. 눈꺼.. 2018.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