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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안일하다’와 ‘안이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7] 성기지 운영위원 부주의와 방심 때문에 일어나는 참사가 끊이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일한 생각이 사고를 불렀다.”라든지, “안이한 대처가 더 큰 화를 불러왔다.”와 같은 분석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말들은 부주의가 사고를 불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대충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때 ‘안일하다’ 또는 ‘안이하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안일하다’와 ‘안이하다’는 비슷한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같은 말은 아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안일하다’와 ‘안이하다’는 뚜렷이 구분해서 쓰기가 쉽지 않은 말들이다. ‘안일한/안이한 생각’이라든지, ‘안일한/안이한 태도’처럼 둘 다 의미가 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 2018. 1. 3.
‘흐리다’와 ‘하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6] 성기지 운영위원 날씨는 맑거나 맑지 않다. 날씨가 맑지 않은 것은 “날씨가 흐리다.”처럼 ‘흐리다’는 말을 써서 나타낸다. 또,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흐릿하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도 대자연의 날씨처럼 맑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의 정신이 맑지 않은 것은 ‘흐리다’의 작은말인 ‘하리다’를 써서 나타낸다.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하리다’이다. 기억력이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역시 ‘하릿하다’고 말한다. 자연의 날씨에는 큰말인 ‘흐리다’를, 사람의 정신에는 작은말인 ‘하리다’를 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덩하다’는 말이 생겨났다. 흔히 “흐리멍텅한 녀석”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 2017. 12. 27.
째, 체, 채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5]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에는 사과를 먹을 때 껍질을 벗겨서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사과 껍질을 벗겨서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사과뿐만 아니라 껍질을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모두 잘 씻어서 “껍질째” 먹고는 했다. 이처럼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래서 항상 앞에 나오는 말과 붙여서 쓴다. “낙지를 통째로 삼켰다.”는 물론이고, “포도를 씨째 먹었다.”라든지, “약초를 뿌리째 캤다.”, “국을 냄비째 상에 놓았다.” 들에서는 모두 ‘-째’를 붙여 쓴다. 그런데 이 ‘-째’와 혼동하여 쓰는 것으로 ‘체’와 ‘채’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종종 잘못 쓰이는데, 일단 ‘체’와 ‘채’는 ‘-째’와는 달리 의존명사라서 앞의 말.. 2017. 12. 20.
집에 관한 우리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4] 성기지 운영위원 남이 살던 집에 이사한 경우에는 집들이를 하기 전에 집을 새로 단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집을 보기 좋게 잘 꾸미는 일을 흔히 ‘인테리어’라는 영어로 표현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집치레’라는 토박이말이 있다. ‘인테리어한다’는 말이 일반화하기 전에 우리는 이를 ‘집치레한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집을 새로 꾸미지는 않고, 그냥 손볼 곳만 고쳐 가며 집을 잘 가꾸고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에 쓰는 말은 따로 있다. ‘집치레한다’고 하면 인테리어를 한다는 말이고, 집을 매만져서 잘 정리하고 돌보는 일은 우리말로 ‘집가축’이라고 한다. “이번 연휴 때는 집가축을 하며 지냈다.”처럼 쓴다. 집치레나 집가축과는 달리, 집안의 여러 집물 따위를 옳게 .. 2017. 12. 13.
쉬흔? 쉰!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3] 성기지 운영위원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간밤에 내린 눈이 희끗희끗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서, 벌써 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삶을 한 번 돌아보게도 되는 그런 계절이다. 어제 친구에게서, “엊그제 쉬흔이 넘었는가 싶었는데, 벌써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어.” 하고 푸념하는 전화를 받았다. 함께 맞장구를 쳐줘야 했는데, 까닭 없이 심술이 나서 “쉬흔이 아니라 쉰이라고 해야지!” 하고 말해버렸다. 물론 말을 뱉고 나서 1초도 안 되어 후회했지만…. 흔히 ‘마흔’ 다음에 ‘쉬흔’으로 잘못 알고 ‘쉬흔 살’, ‘쉬흔한 살’, ‘쉬흔두 살’이라고 하는데, 표준말이 ‘쉰’이므로 ‘쉰 살’, ‘쉰한 살’, ‘쉰두 살’로 말해야 한다. 이렇게 평소에 무심코.. 2017. 12. 6.
높임말 바르게 쓰기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2] 성기지 운영위원 ‘있다’를 높이면 ‘계시다’가 되는데, ‘계시다’를 잘못 쓰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갖고 계시다’라는 말이 바로 그렇다. ‘있다’란 말이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는 “방에 계십니다.”처럼 ‘계시다’로 높이게 되지만, 어떤 사물의 소유를 뜻할 때에는 “갖고 있으십니다.”처럼 ‘있으시다’로 높여 말해야 한다. 이를 “갖고 계십니다.”라고 하면 틀린다. 마찬가지로, “궁금한 점이 계시면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라는 표현도 높임법을 잘못 쓴 경우가 되겠다. 이때에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로 말해야 한다. 높임말을 쓸 때에는 무엇을 높여서 말해야 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서, 올바른 존대 표현을 사용해야 하겠다. 연말이 되면서 갖가지 모임.. 2017. 11. 30.
사람의 일생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1] 성기지 운영위원 사람의 일생은 크게, 유년에서부터 소년, 청년, 장년, 중년, 노년으로 시기를 구분하여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시기별로 나이가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유년’은 사전에는 “어린 나이”로 되어 있는데,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는 ‘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법률적으로는 19살 미만인 남자와 여자를 아울러서 ‘소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상적으로는 이 시기의 여자를 따로 ‘소녀’라고 부르고 있다. ‘청년’은 국어사전에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으로 풀이되어 있다. 보통 ‘청년’이라고 하면 20대 남자를 가리키지만, 법률적으로는 그 시기의.. 2017. 11. 23.
당기다, 댕기다, 땅기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10]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은 입맛이 당기는 계절이다.”와 “요즘은 입맛이 댕기는 계절이다.”, “입맛이 땅기는 계절이다.” 가운데 어느 것이 올바른 표현일까? ‘당기다’와 ‘댕기다’, ‘땅기다’는 모양과 발음이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 말들이다. 이들 가운데 ‘입맛이 돋우어진다’, ‘식욕이 당긴다’는 뜻으로 쓰는 말은 ‘당기다’이다. 그러므로 “요즘은 입맛이 땅기는 계절”이 아니라 “입맛이 당기는 계절”이라고 말해야 한다. ‘땅기다’ 또한 표준말이지만 그 뜻과 쓰임이 다르다. 이 말은 ‘몹시 단단하고 팽팽하게 되다.’는 뜻을 지닌 동사이다. “얼굴이 땅긴다.”라든지, “하루 종일 걸었더니 종아리가 땅긴다.”, “너무 크게 웃어서 수술한 자리가 땅겼다.”처럼 쓰인다. 그리고 가.. 2017. 11. 16.
‘오’가 ‘우’로 바뀐 말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09]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서는 낱말의 둘째음절 이하에서 ‘오’가 ‘우’로 변화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가령, ‘복숭아 도(挑)’ 자를 써서 ‘호도’, ‘자도’로 불리던 말들이 ‘호두’, ‘자두’로 변한 것이라든가, ‘풀 초(草)’ 자를 써서 ‘고초’라 했던 것을 ‘고추’라고 하는 것이 그러한 경우이다. ‘호도과자’는 ‘호두과자’로 써야 바른 말이 되고, ‘단촐하다’는 ‘단출하다’로 바뀌었다. 이러한 모음 변화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88년 어문 규범을 정비할 때에, ‘깡총깡총’을 ‘깡충깡충’으로, 또 ‘쌍동이, 귀염동이, 막동이’ 같은 말들을 ‘쌍둥이, 귀염둥이, 막둥이’로 표준말을 정하였다. ‘오똑이’도 ‘오뚝이’로 써야 표준말이 된다. 모두 ‘오’가 ‘우’로 .. 2017.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