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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받침소리를 바르게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7] 성기지 운영위원 “물이 맑다.”를 [무리 막따]로 말하는 이들도 있고, [무리 말따]로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집이 넓다.”를 어떤 이들은 [지비 널따]로 말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지비 넙따]로 말한다. 또, “하늘이 맑게”가 [하느리 말께], [하느리 막께]처럼 일관되지 않게 발음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나날살이에서 겹받침 소리가 이어날 때 혼란을 겪는 사례가 잦다. ‘표준어 규정(표준 발음법)’에서는 겹받침 소리를 발음할 때, ‘ㄺ’ 받침은 바로 자음이 이어질 경우 [ㄱ]으로 소리 난다고 하였다. 그러니 “물이 맑다.”는 [무리 말따]가 아니라 [무리 막따]이다. 그렇다면 “하늘이 맑게”는 [하느리 막께]가 되어야 하는데 이때에는 [하느리 말께]가 표준 발음이다.. 2020. 1. 8.
모음소리를 바르게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6] 성기지 운영위원 2020년 새 아침이 밝았다. 묵은해의 그늘진 기억들을 말끔하게 털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새 힘을 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세요.’라고 할 때, ‘움츠리다’를 ‘움추리다’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그런가 하면, ‘오므리다’를 ‘오무리다’로 잘못 쓰고 있는 사례도 자주 눈에 뜨인다. 아무래도 ‘으’보다는 ‘우’가 소리 내기 편해서일까?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오므렸던’ 다리를 쭉쭉 뻗어, 새해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처럼 우리 말살이에서는 모음소리를 바르게 내지 않는 사례들이 더러 눈에 뜨인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보신각 타종 행사가 단출하게 치러졌다고 하는데, 이때의 ‘단출하다’를 ‘단촐하다.. 2020. 1. 2.
탄신일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5] 성기지 운영위원 어제는 아기 예수가 태어난 지 이천 열아홉 해가 되는 날이었다. 누군가 태어난 날을 경외시해서 높여 부를 때, 우리는 흔히 ‘탄신일’이라는 말을 쓴다. 예수 탄신일, 석가 탄신일, 세종대왕 탄신일 같은 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우리 어법에 맞지 않는 것이다. ‘탄신’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임금이나 성인이 태어난 날”로 풀이되어 있다. 곧 ‘탄신’ 자체가 태어난 날을 뜻하는 말이다. 여기에 다시 ‘날’의 한자말인 ‘일’을 붙여서 ‘탄신일’이라고 하면, ‘날’이 두 번 들어간 잘못된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가 태어난 날은 예수 탄신, 석가가 태어난 날은 석가 탄신으로 써야 한다. ‘탄신’은 ‘탄일’하고.. 2019. 12. 26.
‘끓이다’와 ‘삶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4]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서 ‘끓이다’와 ‘삶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영어의 ‘boil’은 이 두 뜻을 아우르고 있지만, 국물 요리가 발달한 나라답게 우리는 ‘끓이다’와 ‘삶다’를 뚜렷하게 구별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같은 면 요리라 하더라도 라면은 ‘끓여’ 먹지만 국수는 ‘삶아’ 먹는다. 그리고 배춧국은 끓여 먹고, 나물은 삶아 먹는다. 모두 아는 사실을 굳이 이야기하는 까닭은, 끓이는 것과 삶는 것의 차이를 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면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을 뜨겁게 가열하여 소리가 나면서 거품이 솟아오르게 하는 것을 ‘끓인다’고 하고, 어떤 물체를 물에 넣어 끓이는 것을 ‘삶는다’고 한다. 실제 요리에서 이 두 낱말을 구별해 보면, 물에 음식 재료를.. 2019. 12. 18.
망고하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3] 성기지 운영위원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우리 세대가 추운 겨울에 할 수 있었던 놀이는 주로 썰매 타기와 연 날리기였다. 특히 시린 손으로 얼레를 돌리며 연을 날리던 추억은 찬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한없이 다사로운 기억으로 떠오른다. 얼레는 연줄을 감을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기구이다. 그런데 연이 바람을 제대로 타게 되면 얼레에 감긴 줄을 모두 풀어줄 때가 있다. 이처럼 “연을 날릴 때에 얼레의 줄을 남김없이 전부 풀어 주다.”는 뜻으로 쓰이는 순 우리말이 ‘망고하다’이다. 연줄을 망고하고 나서 까마득히 하늘로 날아가는 연을 바라보던 아이. 쉰 해가 흐른 지금에도 그 아이의 아련한 마음이 생생하다. 이 ‘망고하다’는 말은 또, “살림을 전부 떨게 되다.”라든가, “어떤.. 2019. 12. 11.
산통 깨는 사람들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2] 성기지 운영위원 다 되어 가는 일이 뒤틀리는 것을 “산통이 깨지다”고 한다. 이때의 산통은 점치는 데 쓰는 산가지를 넣은 통을 가리킨다. 산가지는 숫자를 세는 데 쓰던, 젓가락처럼 생긴 물건이다. 산통을 흔든 다음에 산가지를 뽑아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점쳤다. 이때 점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산통을 빼앗아 깨뜨려 버렸는데, 이처럼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집어 버리는 것을 두고 “산통 깨다”고 하게 되었다. 요즘 나라 안팎에서 산통 깨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중국과의 우호적 협상을 바라는 미국 기업인이나 일부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것이다. 남북의 평화 공존을 갈망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뜬금없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북한의 지도자가 그.. 2019. 12. 4.
호박씨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1] 성기지 운영위원 관용구나 속담 가운데는 주로 민간어원이라 확인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는 속담이 있는데, ‘겉으로는 어리석은 체하면서도 남 몰래 엉큼한 짓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까놓은 호박씨가 참 많다. 뉴스를 검색할 때마다 호박씨가 우르르 쏟아진다. 그러면 이 속담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었을까? 옛날에 아주 가난한 선비가 살았는데, 이 선비는 글공부에만 매달리고 살림은 오로지 아내가 맡아서 꾸려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선비가 밖에 나갔다 돌아와서 방문을 여니까 아내가 무언가를 입에 넣으려다가 얼른 엉덩이 뒤쪽으로 감추는 것이 보였다. 선비는 아내가 자기 몰래 음식을 감춰 두고.. 2019. 11. 27.
알나리깔나리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0] 성기지 운영위원 ‘알나리깔나리’는 아이들이 동무를 놀리는 놀림말인데 ‘얼레리꼴레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어릴 때 냇가에서 헤엄치다가 속옷이 물살에 벗겨지자 동무들이 둘러싸고 “얼레리꼴레리~, 고추 봤대요~.” 하고 놀렸던 기억이 난다. 창피했지만 마음을 다치지는 않았다. 이처럼 우리의 전통적인 놀림말은 놀이의 성격을 띤 채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그 나름대로의 독특함으로 우리말을 맛깔스럽게 만드는 데에 한몫을 해왔다. 울산지방에서 구전돼 내려오는 놀림말 가운데 “달았다, 달았다, 황소부지깽이가 달았다.”가 있다. 아주 화가 많이 나 있는 상대방의 화를 자꾸 돋우는 놀림말이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가 직설적인 데 반해, 재미있는 비유로 유희적인 맛을 보태준다... 2019. 11. 20.
벽창호 [아, 그 말이 그렇구나-309] 성기지 운영위원 매우 우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가리키는 ‘벽창호’라는 말이 있다. 언뜻 벽창호라 하면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쳐서 막은 부분이 떠올려진다. 빈틈없이 꽉 막힌 벽이 고집 센 사람의 우둔하고 답답한 속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어 ‘벽창호’는 건물의 ‘벽창호’(‘벽’과 ‘창호’를 합한 복합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벽창우’(‘벽창’과 ‘우’를 합한 복합어)가 변하여 굳어진 말이다. ‘벽창우’에서의 ‘벽창’은 평안북도의 ‘벽동’과 ‘창성’이라는 지명에서 각각 한 자씩 따와 만든 말이고, ‘우’는 소를 뜻하는 한자말이다. 따라서 ‘벽창우’는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 땅에서 나는 큰 소’가 된다.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소가.. 2019.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