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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55

어엿하게 자라 돌아온 ‘아리아리’ 한글문화연대에서 ‘파이팅’ 대신 ‘아리아리’라는 말을 퍼뜨린 지 벌써 15년이 흘렀다. 백기완 선생께서 소개한 이 말을 한글문화연대 회원들이 먼저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2004년 4월 말부터는 소식지 이름을 ‘한글 아리아리’로 정하였다. ‘한글 아리아리’는 매주 1회 발행되어 2018년 2월 현재 656호를 넘겼다. 우리는 모든 행사에서, 술자리에서 아리아리를 외쳤고, 2012년부터는 대학생 연합 동아리 “우리말 가꿈이”를 키우면서 매년 2~300명의 대학생에게, 2014년부터는 청소년 ‘우리말 사랑 동아리’를 키우면서 매년 300여 명의 학생에게 이 말을 가르치고 퍼뜨렸다. 마침내 2017년 3월에 평창올림픽 자원봉사단과 대회 진행요원들이 이 말을 공식 인사말로 쓰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그게 어디서 .. 2018. 2. 13.
[한글새소식-545]외국어 남용 막으려면 '외래어'규정부터 없애야 한다/이건범 대표 ■ 외국어 남용 막으려면 ‘외래어’ 규정부터 없애야 한다. 한글문화연대 소리방송 “이건범의 그러니까 말이야”에서 2017년에는 ‘외래어 심판소’라는 꼭지를 내보냈다. 외국어 낱말 가운데 ‘외래어’ 자격을 줄 낱말을 고르는 방송이었다. 14회에 걸쳐 낱말 세 개씩 모두 42개를 올려 놓고, 지난 25년 동안 언론에서 얼마나 사용하였으며 짝말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쓰였는지 살피면서 방송 진행자 셋이 판가름한 것이다. 심판대에 올린 낱말은 이렇다. 컴퓨터, 인터넷, 이메일, 홈페이지, 네티즌,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모바일, 아이티(IT), 마트, 카트, 포인트, 아나운서, 앵커, 리포터, 리모컨, 에어컨, 히터, 글로벌, 스마트, 디지털, 멘탈, 시스템, 브레이크, 블랙리스트, 가이드라인, 멘토, 게임, .. 2018. 1. 4.
호칭 민주화, 이렇게 추진해 보자 - 이건범 상임대표 호칭 민주화,이렇게 추진해 보자.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 1. 호칭 민주화가 필요한 사정 누구든 일터나 학교에서, 공공장소에서, 가게와 식당 같은 영업 장소에서, 동아리나 동호회 따위 사교 모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말을 건네기 위해 그들을 부른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름만 부르는 건 낮잡아 보는 짓이라고 여기는 반면에 고민 없이 부를 수 있는 호칭이나 정교한 호칭 체계는 마땅치 않다. 그래서 호칭을 둘러싼 문제가 수없이 일어난다. 뭐라고 불리느냐에 따라 기분이 나쁘거나 할 말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스스로 이러저러하게 불리길 기대하는 호칭과 다를 때이다. 옛날에는 신분과 나이에 따라 위아래 구별이 뚜렷했고 사람들이 서로 맺는 관계가 단순해서 그에 걸맞은 높임말투와 호칭을 사용하면 별 문제.. 2017. 12. 28.
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말 [싸움으로 번기지 쉬운 말] 이건범 상임대표 싸움으로 번지기 쉬운 말 '호칭'에서 문제가 되는 건 사회적 지위와 나이에 따라 부르는 말이 구별되어 정해져 있다는 통념이다. 과연 나이와 지위에 따라 호칭을 달리하는 게 적절한 것일까?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말을 섞다가 엉켰을 때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해요?"라고 하면 바로 험악한 답이 돌아온다. "뭐, 당신?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몇 살이야?" 이쯤 되면 뜯어말려야 한다. 이럴 때 '당신'은 누가 봐도 약간 아랫사람, 나이나 지위에서 나보다 약간 낮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너'라는 말 대신 막돼먹지 않은 말로 쓰는 호칭이다. 일상 대화나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 그리고 문어적인 표현에서는 '너'보다 훨씬 높여주는 말로 사용되는데 이상하게도 험악한 분위기.. 2017. 11. 8.
엉덩이전화 경북대 국문과 남길임 교수님 2015년 논문에서 발견한 사실입니다. 상당 기간 사용되어 자리를 잡은 새말 1천여 개가 옥스퍼드 온라인사전에 새로이 올라갔는데, 이에는 뒷주머니에 넣어둔 전화기가 알아서 전화를 걸어 받는 사람 귀엔 ‘사각사각’ 소리만 들리는 엉덩이전화 butt dial, ‘쩍벌남’을 의미하는 Manspreading, 등이 들어 있답니다. 이미 2년 전에 신문 기사도 나왔더군요. . 사전에 새말 올리는 데에는 역시 분석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엉덩이전화’라는 새말을 쓰고 싶었는데, 앞으로는 눈치 보지 말고 이 말 써야겠어요. 2017. 7. 6.
유승민 패싱 [유승민 패싱] 이건범 상임대표 어제 대통령 선거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영어를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라고 전제를 달면서 ‘코리아 패싱’을 아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참 고약하다. 나도 한 일주일 전엔가 방송에서 처음 들은 말이라 낯설긴 했지만 그때 뉴스 들으면서 바로 알아들었었다. ‘한국 왕따’를 되도 않는 영어로 누군가 있어보이게 만들어 퍼뜨린 것이리라. 여기서 문제는 이런 거다. “영어를 별로 안 좋아하시니까”라는 말이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방송에서 굳이 영어를 쓸 필요도 없는데 영어 좋아하는 유승민은 꼭 이 영어를 써서 말을 꺼내야 했을까? 영어 안 좋아하는 사람은 촌스럽다는 말빛을 내비치면서 말이다. 우리 국민 가운데에는 그 말을 설명해줘도 못 알아들을 사람 많다. 특히 유승민이 그렇게도 잡.. 2017. 4. 27.
(3) 한자어는 한자로 써놓아야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자 광신도와 금 긋기-3] 이건범 상임대표 우리말 가운데 한자로 이루어진 낱말은 반드시 한자로 적어야 그 뜻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고 한자 광신도들은 주장한다. 30~40년 전처럼 국한문 혼용 표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초등학교 교과서도 한자 혼용으로 바꾸고, 교과서를 읽기 위해 학생들은 당연히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한자어를 한글로 적어 놓으면 그 뜻을 알 수 없으므로, 한글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문맹이란다. 우리가 문맹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입증할 필요는 못 느낀다.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은 한자로 표기하지 않거나 그 낱말의 한자 어원을 모르면 낱말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인류는 말.. 2013. 7. 29.
(2) 한자를 알면 중국어 익히기에 유리할까? 한자를 알면 중국어 익히기에 유리할까? 간체자는 번체자에서 어떤 원칙을 세워 획수를 간략하게 한 것이므로 그 원리를 알게 되면 한어(중국어)를 익히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한자를 좀 아는 사람들은 간체자를 외우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치 영어 문장을 읽거나 들을 때 문법 지식을 동원하여 하나하나 분석하려는 버릇처럼 간체자를 읽을 때 자기가 아는 한자 지식으로 문자를 분석하고 변화 원리를 적용한 뒤 읽으려 한다. 그런 면에서는 기존 지식의 간섭을 받지 않고 그저 마구잡이로 간체자를 외우는 서양인이 한어 익히기에 더 유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한어는 글자마다 고유한 억양인 네 가지 성조를 가지고 있다. 발음 기호는 같지만 성조가 다른 문자들이 있어서 성조에 맞게 발음하.. 2013. 7. 23.
(1)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던데, 사실일까? 국어사전에 한자어가 70%나 된다던데, 사실일까? 거짓이다.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51만여 개의 낱말 가운데 한자어는 57%이다. 물론 그 한자어 가운데에도 사전에만 실려 있을 뿐, 현실에서는 일상생활 및 전문 분야 어디에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낱말이 수두룩하다. ‘푸른 하늘’을 뜻하는 말만 해도 궁창(穹蒼), 벽공(碧空), 벽락(碧落), 벽소(碧霄), 벽우(碧宇), 벽천(碧天), 벽허(碧虛), 제천(霽天), 창궁(蒼穹), 창호(蒼昊), 청궁(靑穹), 청명(靑冥), 청허(晴虛) 등 13개 이상이 실려 있고, ‘넉넉하다’는 뜻의 ‘은부(殷富)하다’처럼 우리가 죽을 때까지 듣도 보도 못할 낱말들이 많다. 한자 혼용파의 이러한 주장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에 조선 총독부가 만든 《.. 2013. 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