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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글자 - 김선미 기자

한글문화연대 2017. 7. 28. 16:29

사라진 글자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4기 김선미 기자
sunmi_119@naver.com


한글은 몇 글자일까? 어떤 사람은 24개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28개라고 대답한다. 사실, 둘 다 옳은 정답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자음 14개, 모음 10개로 총 24글자이다. 그렇다면 28글자라는 두 번째 정답은 무엇 때문이며, 나머지 네 글자는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사라진 네 글자

1443년, 세종대왕은 새로운 문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훈민정음은 새로운 문자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문자를 만든 목적과 원리를 기록한 책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이름 때문에 생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 책의 이름을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해례본은 한문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은 정확한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해례본의 일부를 한글로 번역하여 배포한 책이 ‘훈민정음 언해본’이다. 바로 이 훈민정음 언해본의 서문에 답이 있다.

▲ 훈민정음 언해본

 

“나랏말싸미 듕귁에달아”로 시작하는 훈민정음 서문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서문에서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맹가노니”라는 구절에서 훈민정음이 28글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한글과 훈민정음의 글자 수에 차이가 있을까? 바로 사라진 네 글자 때문이다.

 

▲ 사라진 네 글자

 

어떤 글자가 사라졌나

훈민정음에서 사라진 글자에는 아래아(ㆍ), 반치음(ㅿ), 옛이응(ㆁ), 여린히읗(ㆆ)이 있다. 차례대로 네 글자에 대해 알아보자.

 

*아래아: 아래아는 ‘ᄒᆞᆫ글’, ‘ᄒᆞᆫ저ᄋᆞᆸ서예’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비교적 익숙한 글자이지만, 공식적으로는 네 글자 중 가장 먼저 사라진 글자이다. 아래아는 16세기부터 점차 음가가 사라졌지만 문헌에는 계속해서 쓰이다 1909년에 이르러서야 국문연구소에서 처음 폐지가 논의되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인 1912년 조선총독부에서 ‘보통학교용 언문철자법’을 발표하면서 아래아는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여린히읗: 여린히읗은 순우리말의 초성에는 쓰인 적이 없어 음가를 가지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문헌에서는 네 글자 중 가장 빠른 15세기 초부터 문헌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반치음: 반치음의 음가는 15세기에 소멸되었지만 이후 이응과 혼용되다가 15세기 후반에는 거의 사라졌다.
 
*옛이응: 옛이응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도 이응과 비슷하다고 설명하는데, 16세기부터 이응과 혼용하다가 17세기 문헌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이 세 글자 여린히읗, 반치음, 엣이응과 아래아는 15~17세기에 걸쳐 서서히 자취를 감추다가 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제정하면서 기존 28자에서 쓰임이 적은 4글자를 제외하여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한글 24자가 완성된 것이다.

 

네 글자의 쓰임새와 의의
그렇다면 지금 쓰이지 않는 네 글자는 그 당시에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조선왕조실록>에는 훈민정음을 “어디로 가더라도 통하지 않는 곳이 없고 바람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까지 모두 표현해 쓸 수 있다”고 표현되어 있다. 이처럼 훈민정음은 다양한 소리를 글자로 표현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조선시대 역관들은 생소한 외국어 학습을 위해 28자의 훈민정음을 활용해 외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받아 적었다고 한다. 반포될 당시의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글자를 사용한다면 <표2>와 같이 더욱 정확한 영어 발음과 표기도 가능하다. 만약 사라진 네 글자가 지금까지 사용되었다면 외국어 공부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네 글자가 나머지 24자에 비해 적게 쓰였기 때문에 이 글자들이 사라진 것은 시간에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훈민정음을 사용한 외래어 표기. 출처: 역사채널e,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문자, 훈민정음”

우리가 이 네 글자에서 찾을 수 있는 의의는 훈민정음의 완성도다. 현재 사용하는 24자로도 다양한 표현과 발음이 가능하지만, 네 글자와 두 자음이나 모음을 나란히 쓰는 방법(병서), 자음을 위아래로 이어 쓰는 방법(연서)을 활용한다면 어떤 언어도 헷갈리지 않고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무려 약 570년 전 만들어진 글자가 지금 사용되는 소리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오늘은 언제나 당연하게 쓰는 우리 글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