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18. 10. 17. 12:08

[아, 그 말이 그렇구나-256] 성기지 운영위원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식사를 하던 일행이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각자의 신용카드로 제 밥값만 치른다. 요즘 음식점 계산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심지어는 한 가족이 외식을 하고 나서 식사 후에 돈을 각자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이 ‘각출’이다. 각출은 내야 할 돈을 모인 사람들이 각각 내놓는 것을 뜻하는데, 영어로 하면 ‘더치페이’가 이 뜻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런데 ‘각출’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말이 바로 ‘갹출’이다. ‘갹출’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낼 때 쓰는 말이다. 이때는 각자 내는 금액이 다를 수 있는데, ‘추렴’으로 쓸 수도 있고 ‘거출’이라고 쓰기도 한다. 어떤 행사에 드는 비용이나 성금을 거둘 때에는 ‘각출하다’라 하지 않고 ‘갹출하다’라고 한다.

 

[각]과 [갹]의 발음은 여간 신경 쓰지 않으면 말하는 이나 듣는 이 모두 혼동될 수 있다. 그래도 뜻과 쓰임이 다르니 구별해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비슷한 예로 [팍]과 [퍅]의 발음을 구별해서 말해야 할 때도 있다. ‘괴팍하다’는 붙임성이 없이 까다롭고 별나다는 뜻인데, 이와 비슷한 말 가운데 ‘강퍅하다’가 있다. ‘강퍅하다’는 성격이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으로 쓰인다. ‘괴팍하다’의 [팍]과 ‘강퍅하다’의 [퍅]을 구별하여 소리 내고 쓰기가 만만치 않다. 까다롭고 고집이 센 ‘강퍅한’ 사람 가운데 성질이 엉큼하기까지 하면 ‘암퍅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퍅]으로 소리 내고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