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20. 6. 3. 15:35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7] 성기지 운영위원




끼니 외에 먹는 필요 없는 군음식을 군것질이라 하는 것처럼, 쓸데없다는 뜻이 담긴 접두사 ‘군-’이 붙은 우리말은 매우 많다.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 군걱정이고, 노래 부를 때 원래 악보와는 아무 관계없이 곁들이는 가락은 군가락이 된다.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왔다가 그걸 이루지 못하면 ‘헛걸음’이 되지만, 아무 목적도 없이 공연히 왔다면 그건 ‘군걸음’이 된다.


없어도 좋을 쓸데없는 것을 군것이라 한다. 그래서 없어도 되는데 쓸데없이 있어서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군것지다’고 나타낸다. “군것지니까 따로 연락하지 마세요.”, “우리 회사에 군것진 사람은 없습니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우리 관용구에 ‘군눈을 뜨다’는 말이 있다. “늘그막에 군눈을 떠 아내 속을 썩였다.”처럼, 주로 외도에 눈을 돌리게 될 때에 이 말을 썼다. 보지 않아도 되는, 쓸데없는 것을 보는 눈이 군눈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군-’이 붙은 우리말이 모두 쓸데없는 것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올해는 군달이 끼어 있는 해이고, 바로 지금 음력 4월이 군달이다. 음력으로 세는 열두 달은 태양력의 365일보다 11일 가량이 짧기 때문에, 3년에 한 달, 또는 8년에 석 달의 군달을 넣지 않으면 계절과 어긋나게 된다. 이때의 군달은 꼭 필요한 달이다. 이 군달을 언제부터인가 한자말 윤달로 부르고 있다. ‘윤달’은 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