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20. 6. 10. 10:40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8] 성기지 운영위원





책상에 앉아 무언가 골똘한 생각에 잠길 때,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형사가 범죄 용의자를 심문할 때도 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손가락 끝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 바로 ‘손가락방아’이다. 이 말은 주로 ‘찧다’라는 동사와 함께 ‘손가락방아를 찧다’, ‘손가락방아를 찧으며’처럼 사용한다. 


손가락방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손가락권총’이란 말도 있다.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만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오그려서 권총 모양으로 하는 손짓을 가리키는 말이다. 손가락권총을 하고 손가락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발사될 염려가 있으니, 그냥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손가락방아로 범인을 심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농담이다.)


비슷한 말로 ‘손가락빗’이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손가락방아나 손가락권총과는 달리 나날살이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손가락빗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다.”처럼, 빗을 대신하여 머리를 쓸어 넘기는 손가락을 비유적으로 ‘손가락빗’이라고 말한다. 대중목욕탕 탈의실에는 흔히 머리빗을 놓아두고 있는데, 요즘 이 머리빗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코로나19가 일깨운 위생 관념이 그 옛날 손가락빗을 되살려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