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20. 7. 8. 10:08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2] 성기지 운영위원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의 아주 어색하거나 거북한 느낌을 ‘간지럽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억센 경상도 억양을 지닌 사람이 상냥한 서울 말씨를 어색하게 흉내 내서 말할 때, “귀가 간지러워 못 듣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보면, 생뚱맞은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주변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잘 간지럽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자주 하는 사람을 가리켜 ‘간지라기’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게 하는 사람을 간지라기라고 하는 것처럼, 언행에 따라 사람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 ‘가납사니’라는 순 우리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 보면, 사람들이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말을 자꾸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기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사람을 가납사니라고 한다. “가납사니 같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소문이다.”처럼 쓸 수 있는 말이다.


수다스러운 사람 외에, 툭하면 말다툼을 일으키는 사람을 가리켜서도 가납사니라고 말한다. 아마도 가납사니는 주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닐까싶다. 사물을 판단할 만한 지각을 순 우리말로 ‘가리사니’라고 한다. 숱한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날을 보내다 보면, 더러 가리사니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행여나 이들 가리사니 없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있다면, 그것은 국민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