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20. 7. 29. 16:58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5] 성기지 운영위원


돌연히 세상을 등져 버린 서울시장의 자취 뒤에 미투(Me Too) 논란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비록 들온말이지만 처음부터 ‘미투하다’는 말이 낯설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이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언뜻 ‘투미하다’는 우리말이 떠올랐다. 어리석은데다가 둔하기까지 한 사람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다. 경상도 지방에서 ‘티미하다’고 하는 말의 표준말이 ‘투미하다’이다.


억눌리고 감추어 왔던 성 관련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알려 여론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게 미투 운동인데, 아직은 투미한 사람들이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은 투미해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처럼, 상대방이 자기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둔하게 반응할 때에 ‘투미하다’는 말을 쓸 수 있다. ‘투미하다’와 비슷한 뜻을 가진 한자말로 ‘토매하다’는 말이 있다. 쓰임은 비슷하지만, ‘투미하다’는 순 우리말이고, ‘토매하다’는 한자말이다.


만일 투미한 사람이 어떤 조직이나 부서의 대표를 맡게 되면 그 구성원들은 답답한 나머지 화병이 날 수도 있겠다. ‘투미하다’와 쓰임이 그리 다르지 않은 우리말 가운데 ‘트릿하다’도 있다. 맺고 끊는 데가 없이 흐리터분하고 똑똑하지 않다는 뜻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티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저 위에 있는 ‘티미한’ 사람들의 ‘티리한’ 일 처리에 가슴앓이를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