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2020. 12. 28. 10:28

[아, 그 말이 그렇구나-362] 성기지 운영위원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재채기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철이 바뀔 때마다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은 그저 민망할 뿐이었던 재채기가 코로나19 사태를 당하여 공포로 다가왔다. 좁은 찻간에서 코나 목구멍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면 식은땀이 난다. 마스크가 얼마간 공포의 방패 구실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말에서 재채기 소리를 나타내는 소리시늉말은 흔히 ‘에취’로 쓰인다. 옛날에도 역시 재채기는 민망한 생리 현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감기 걸릴 기미를 나타내기도 했으므로, 슬기로운 우리 한아비들은 재채기 뒤에 민망함을 덮고 감기를 내쫓으려는 느낌씨를 덧붙였다. 그게 바로 ‘개치네쒜’이다. “에취, 개치네쒜! 이놈의 감기 제발 좀 달아나라.” 하고 재채기를 한 뒤에 이 소리를 외치면 감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물러간다고 믿었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개치네시’라 하고 비슷한 말 가운데 ‘에이쒜’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개치네쒜’는 ‘개치네’와 ‘쒜’의 합성어로 여겨진다. ‘개치네’, ‘에이’는 모두 재채기 소리를 나타내는 소리시늉말인 듯하고, ‘쒜’는 이 재채기를 다스리기 위해 덧붙인 느낌씨가 아닐까 한다. 실제로 ‘쒜’, ‘쒜쒜’는 어린아이가 다쳐서 아파할 때 다친 곳을 만지며 위로할 때 내는 소리로 사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