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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보는 한글은 어떨까? - 김미르 기자

한글문화연대 2021. 9. 1. 09:36

외국인이 보는 한글은 어떨까?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미르
jjs1550@khu.ac.kr

 

▲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한글 티셔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성동일’이 적힌 의류

 

요즘 한류로 한국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맥도날드는 약 한 달간 49개국에서 ‘비티에스(BTS) 세트’를 판매했다. ‘비티에스(BTS) 세트’는 맥도날드가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메뉴이다. 세트에 함께 나오는 소스 두 가지는 포장지에 소스 이름이 각각 한글로 적혀있고 맥도날드 직원은 ‘비티에스(BTS) 세트’ 판매 기간 동안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는 한글로 ‘ㅂㅌㅅㄴㄷ’과 ‘ㅁㄷㄴㄷ’라는 한글 자음이 적혀있다. 각각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한글 자음이다. 이에 해외 누리꾼은 “나도 저 티셔츠가 갖고 싶다”, “당장 맥도날드 직원에 지원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방탄소년단과 한글에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서 한글 도안이 적힌 의류를 판매한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웨덴 아동복 브랜드 미니로디니는 한글이 쓰인 아동복을 출시했으며 알리익스프레스의 한 의류업체는 ‘성동일’이라는 한글이 새겨진 의류를 판매해 한국 누리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이렇게 한글을 활용한 의류 도안이 해외에서 빈번히 판매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글의 이미지는 무엇이길래?

 

▲ 스위스인이 보는 ‘스위스’ 단어의 이미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한 이탈리아인 파올로는 “한글은 각진 모양이랑 동그라미가 섞여 있는 게 마치 칵테일처럼 신기하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한글이 예쁜 줄 모른다. 근데 할리우드 스타들도 한글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지 않나. 외국인이 봤을 때 한글은 진짜 멋있다.”라고 칭찬하며 사람의 모습을 닮은 ‘후’, ‘옷’이라는 글자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한 누리소통망에 스위스인이 ‘스위스’라는 한글글자를 좋아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스’는 산으로 보이고 ‘위’는 창을 들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서 ‘스위스’ 단어가 산 사이에 용병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3세기 무렵 용병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간 스위스를 정말 잘 표현한 단어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한글은 미학적이고 그림 같은 문자로 보인다.

 

▲ 유튜브 채널 ‘어썸코리아’의 ‘한국인만 읽을 수 있는 글을 보고 충격받은 외국인들’ 영상 속 장면

 한글을 공부한 외국인은 한글의 아름다움에 반했다가 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표현에 놀라기도 한다. 해외 숙박시설 예약 누리집, 해외 전자상거래 누리집을 살펴보면 한국인이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다양하게 조합해 외국인이 절대 알아볼 수 없도록 후기를 작성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후기에서 나쁜 평점을 주면 업체에서 악의적으로 후기를 삭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만 알아볼 수 있게 작성하겠습니다.’라는 문장을 예를 들면, 예사소리를 된소리나 거센소리로 바꿔 ‘한쿡인만 알아뽈 쑤 있께 짝썽하껬씁니타.’처럼 작성하거나 모든 음절에 받침을 넣어 ‘한국인만 알앋볼 숟 있겓 작성핟겠습닏닫.’처럼 쓰는 방법이 있다. 앞의 방법은 ‘ㄱ-ㄲ-ㅋ’과 같이 예사소리 자음자에 획을 더해 된소리와 거센소리라는 음성을 나타내는 한글의 자질 문자적 특징을 이용했다. 후자는 한글의 모아쓰기 특성을 반영했다. 두 방법 모두 한글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새로운 소통 방법을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어를 수년간 배운 외국인조차 이러한 후기를 보며 “한국인은 알아볼 수 있는 것 맞냐.”, “한글의 특성을 이용해 타국인 몰래 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탄했다.

 

 앞서 해외에서 한글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 한글의 우수성과 미학적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글이 널리 알려질수록 우리가 세계와 소통하고 교류할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다양한 국가에서 이용하는 누리집에서 한국인이 한글의 특징을 이용해 새로운 소통 방법을 만들어낸 것은 독창적이며 유쾌하다. 간혹 신조어와 줄임말 등 새로운 소통 방법에 대해 한글을 파괴한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한글의 장점을 이용해 새로운 소통체계를 만드는 것이며 우리말이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세종대왕께서 보고 계신다면 껄껄 웃으시면서 뿌듯해하시지 않을까? 한글의 주인인 우리가 우리말을 창의적이고 건강하게 사용하면 한글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우리말에 자부심과 애정을 지니고 좀 더 관심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