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대학생기자단

케이팝을 즐기는 외국인에서 케이팝을 가르치는 외국인으로 - 변한석 기자

한글문화연대 2021. 9. 27. 15:59

케이팝을 즐기는 외국인에서 케이팝을 가르치는 외국인으로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변한석 기자

akxhfks1@naver.com

 

 

케이팝이 좋아서, 케이팝 때문에 한국에 왔다.” 외국 유학생에게 한국에 온 계기를 물으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답변이다. 마테우스(Matheus)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케이팝이 아직 외국에서 유명하지 않던 2010년부터 유튜브에 한국 가수의 음역대나 발성 분석 영상 등을 올린 진성 케이팝 팬이다. 마테우스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독일과 영국 등지에서 살다가 지난 2018년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왔다.

 

△ 마테우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마테우스는 우리나라에 오기 전부터 한국 문화에 심취하여 한국어를 오랫동안 배우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한국어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다채로운 언어다. 마테우스는 현재 한국어능력시험 토픽(TOPIK)의 가장 높은 등급인 6급 합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테우스가 토픽 시험 유형 중에서 꼽은 가장 어려운 유형은 바로 신문기사를 보고 뜻을 유추하는 종류의 문제다. 기사 제목에 많이 쓰이는 은유적 표현(: 소비 심리 봄바람’ / 교통 체증으로 고속도로 몸살’)은 외국인이 숨은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어 수업에서도 어려웠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말할 때 쓰는 단어(구어체)와 읽고 쓰는 글에서 사용하는 단어(문어체)의 차이가 헷갈리며, 특히 문어체의 단어가 어렵다고 한다.

“~로 인해, 커녕 같이 제가 말할 때 쓰지 않는 단어들을 교과서나 문서에서 처음 보니까 당황했던 경험이 있어요. 또 말할 때는 잘 몰랐지만 글을 쓰면서 로써로서같이 헷갈리는 경우도 많이 발견했죠.” 이런 구어체와 문어체의 차이는 한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애로사항 중 하나다.

 

△ 마테우스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모습

 

그는 여러 나라에서 산 경험이 있어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를 비롯해 영어와 독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테우스가 생각하는 한국어만의 특징은 무엇일까. “한국어는 매우 세심한 언어인 것 같아요.” 그는 영어로 오직 한 가지 뜻밖에 없는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색다른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걸 장점이자 특이점으로 꼽았다. “예를 들어서, 만약에 친구랑 어떤 얘기를 할 때, 그 친구가 모르는 사실을 주제로 삼을 땐 어미에 ‘~하거든이 붙어요. 그러나 그가 아는 주제를 말할 땐 뒤에 ‘~하잖아가 붙는데, 이런 세심한 차이는 제가 배운 다른 언어에는 없는 특징이에요.”

 

마테우스에게 한글은 입문하기 쉬운 언어였다고 한다. 글자 모양이 정돈되어 있고, 매우 직접적인 문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들이 있다는 점을 안타깝다고 했다. 단어에 라는 발음이 들어간다면, ‘가 무겁게 내야 하는 소리인지, 가볍게 내는 소리인지 한글 구성으로는 알 길이 없고 (: 마테우-’/마테), 장음과 단음을 구분할 수 없는 것도 한글의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언어가 다른 만큼 문화 역시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마테우스는 한국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을 24시간 문화로 꼽았다. 마테우스가 독일에 살 때는 오후 6시가 넘어서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한국은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은 자정 이후에도 집에서 배달을 통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였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소지품을 자리에 놓고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높은 시민의식과 치안 수준 역시 한국 문화의 큰 장점으로 뽑았다. 한국 문화의 단점도 꼽았는데, 바로 한국 사람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근무 시간도 다른 나라에 비해 긴데다, 퇴근 후에도 회식, 야근, 심지어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집에서도 상사와 연락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보통 사람들에게 외국인 유학생은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마테우스는 손을 저으며 부정했다. 그는 올해 초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언제 한국을 떠날 거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내가 왜 떠난다고 생각한 거지?’라며 반문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학생들에게 발성법이나 노래를 가르치거나, 방송에 출연하는 등 한국에서 자신의 꿈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