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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도 백설기도 시루떡도 그냥 ‘Rice Cake’? - 김민서 기자

한글문화연대 2021. 9. 29. 10:52

송편도 백설기도 시루떡도 그냥 ‘Rice Cake’?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김민서 기자

alstj2069@naver.com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이 네이버의 인터넷 실시간 방송 플랫폼 브이앱에서 공개한 예능은 김치를 중국어 자막으로 번역할 때 파오차이라고 표기해 큰 논란을 빚었다. 더불어 같은 달 편의점 GS25스팸계란김치볶음밥 주먹밥에 들어가는 김치의 중국어 표기를 파오차이라고 하여 해당 상품의 판매를 잠시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는 음식 대게‘usually’, ‘방어구이‘fried defence’라고 음식 이름을 잘못 번역하여 표기한 사례도 있다. 한식 이름을 우리나라 말의 발음 그대로 사용한 고유명사로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계속 존재했지만, 김치-파오차이 논란으로 이에 관한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우리나라의 먹방(먹는 방송)‘K-먹방으로 불리며 크게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튜브 영상에 점점 더 다양한 한식이 소개되고 이 영상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그동안 먹방에 자주 등장했던 떡볶이는 물론 해물찜, 간장게장 등 등장하는 한식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을 영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음식의 외국어 표기를 함께 적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일본의 스시(すし, 壽司), 중국의 꿔바로우(鍋包肉), 프랑스의 잠봉뵈르(Jambon Beurre) 등은 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외국인에게 친절한 외국어 표기를 많이 한다. 전을 고유명사인 ‘Jeon’으로 표기하는 대신 ‘Korean pancake’라고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먹방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던 떡볶이는 ‘tteokbokki’라는 고유명사 표기가 자리 잡게 되었지만, 그 외의 음식들은 아직도 고유명사로 표기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시청자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고유명사 표기를 하는 대신 풀어쓴 영어를 쓰는 것이다. 한식 이름을 일단 고유명사로 표기하고 영어를 이용한 표기는 부가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영어 단어 표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식포털(www.hansik.or.kr)한식메뉴 외국어 표기법 검색에 들어가면 한식 이름과 간단한 음식 설명을 다양한 언어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 된장찌개를 검색하면 ‘doenjangjjigae’라는 표기가 가장 앞에 나오고 그다음으로 ‘Soybean Paste Stew’라는 표기가 함께 있다. 떡볶이는 ‘rice cake’에서 벗어났지만, 다른 떡은 여전히 ‘rice cake’에 머물러있다. 우리나라 떡에는 백설기, 송편, 시루떡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한식포털에 따르면 시루떡은 ‘sirutteock’, ‘Steamed Rice Cake’, 수수팥떡은 ‘susupattteok’, ‘Red-bean-coated Millet Rice Cake’라는 외국어 표기법을 쓴다.

 

한식포털의 ‘한식메뉴 외국어표기 검색’ 화면

 

외국인에게 친절한 이름보다는 우리나라 한식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고유명사 표기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을 향한 해외의 관심이 늘어날수록 외국인들에게 편하게 접근한다는 명목 아래 한식의 이름을 단순화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음식의 분류를 더욱 세분화하여 한식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알려야 할 때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누리소통망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소개할 때는 고유명사 표기를 기본으로 하되 영어 단어를 사용한 음식 이름은 부가적인 설명 용도로만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