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뎀', 같은 또래도 못 따라가는 신조어 - 이성민 기자
‘읽뎀’, 같은 또래도 못 따라가는 신조어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이성민
서울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서 모 양은 최근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던 중, 한 친구의 스토리에서 ‘읽뎀’이라는 두 글자만 적힌 글을 읽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친구에게서 다이렉트메시지(DM)로 연락이 왔다고 한다.
또래조차 신조어 못 따라가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 당황스러웠던 서 양은 친구에게 ‘읽뎀’이 무엇인지 물었다. 친구는 “(스토리를) 읽으면 디엠”이라 답했다고 한다.
그 밖에 최근 또래들 사이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신조어가 어떤 것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서 모양은 다음의 단어를 나열했다.
1. 좋뎀(좋아요 누르면 디엠)
2. 스공(스토리공유)
3. 10 15 (10년생 중 아끼는 15명 / 앞의 두 자리는 출생연도, 뒤의 두 자리는 아끼는 인원수를 나타냄)
4. 전킥(전동킥보드)
5. 우유남·녀(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성·여성)
그 밖에도 개근거지(학교 개근하는 사람을 낮잡아 일컫는 말), 엘사(엘에이치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을 낮잡아 일컫는 말)처럼 청소년들 사이에서 수많은 신조어가 탄생하고 있다.
신조어,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나
위 자료는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2015~2019년 연도별 ‘신어 자료집’을 시각화한 것이다.* 일반어는 대체로 해마다 200개 이상 생성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연구인 2019년에는 302개로 그해 신어 생성 비중의 88%를 차지했다.
위 자료는 연령대별 신조어 사용 빈도를 보여준다. 젊은 층일수록 신조어 사용경험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들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
2020년에 발표된 논문(청소년의 SNS 사용 습관이 신조어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고등학교 남녀학생을 대상으로(문병학,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을 토대로 청소년이 신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논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청소년들은 나름대로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2. 누리소통망(SNS)을 많이 할수록 신조어에 대한 인식 및 사용 빈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누리소통망(SNS)을 많이 사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신조어를 알게 되고 자신이 많이 본 신조어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3. 신조어는 친구들과 소통할 때 감정 표현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나 흥미를 위해 사용한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누리소통망(SNS)의 사용 빈도와 친구 간 대화의 관계다. 위 논문에 따르면 처음 신조어를 접한 경로는 46.5%가 인터넷, 35.4%가 친구와의 대화였다. 그리고 응답 중 64.6%가 친구와 대화하는 것이 신조어 사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를 정리하면 인터넷에서 신조어의 존재를 알게 된 다음,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언어습관으로 익힌다고 요약할 수 있다.
신조어를 바라보는 청소년의 시선은
앞선 인터뷰에서 서 양은 “너무 이상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신조어,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다수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신조어가 많이 없어서 신조어 사용을 좋게 보지 않는 것 같다.”라며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조어가 유행한다면 신조어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덜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이래, 신조어의 생성과 사용 빈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새롭게 유행하는 신조어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 때문에 문화적 차이가 발생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세대 간 갈등이 깊어지기도 한다. 신조어가 생겨나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마련이다. 다만 신조어 사용을 너무 부추기는 분위기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신조어 사용을 줄이고, 신조어 사용을 부추기는 분위기가 누그러진다면 세대 간 갈등이 줄어드는 한편 우리의 언어도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