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

장년, 중년과 노년 사이 - 2024.01.19.

한글문화연대 2024. 1. 19. 14:34

장년. 중년과 노년 사이

한글문화연대 대표 이건범

 

꽤 오래전에 국어사전에서 단어 뜻을 찾아보고는 깜짝 놀란 말이 있었다. 바로 장년이다. 주로 중장년이라는 말을 많이 썼으므로, 대략의 나이 구분에서 청년 다음에 중년, 중년 다음에 장년, 장년 다음에 노년이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오매, 장년의 뜻이 중년과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청장년이라는 말도 썼나 보다.

 

 

 

국어사전에 중년(中年)마흔 살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 청년과 노년의 중간을 이르며, 때로 50대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고 풀이되어 있다. 당시엔 50대도 노년 축에 끼었나 보다. 한자로 壯年이라고 쓰는 장년은 사람의 일생 중에서, 한창 기운이 왕성하고 활동이 활발한 서른에서 마흔 안팎의 나이. 또는 그 나이의 사람.”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중년과 장년은 서로 비슷한 말이라는 정보도 달려 있다.

 

현재 사전의 뜻풀이대로라면 장년이 중년보다 약간 젊은 축을 가리킨다는 어감도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소리가 같은 한자인 장유유서의 어른 장()’이 우리에게 낯익기 때문에 당연히 장년도 한자로는 長年일 거라고 흐릿하게 짐작하기 때문이리라. 편의상 어른 장 쓰는 뒤엣것을 2번이라고 부른다면, 2번 장년(長年)의 뜻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라는 뜻도 있으니 그리 틀린 짐작도 아니다.

 

사람 수명이 길어지니 얼추 10~20년 정도는 예전보다 더 인생의 때가 늦게 오는 것 같다. 결혼 적령기도 25세가 아니라 35, 환갑 차려 먹는 풍습은 사라지고 칠순, 팔순을 챙긴다. 그러니 용어 사용에 불편함이 많다. 35세 젊은이에게 중년이나 장년이라고 하면 자기 말고 다른 사람 가리키나 딴전 피울 것이다. 국민연금 지급, 지하철 무임승차 시작하는 65세를 노년이라고 부르면  ‘젊은 오빠, 젊은 누나  충격받고 쓰러진다.

 

우리 느낌에 맞게 용어 정의를 다시 하자. 무 자르듯이 자를 수 없더라도, 19세에서 39세까지가 청년이라는 말에 어울리고, 40세부터 59세까지는 중년, 60세부터 70대 초반까지는 장년, 70대 중반부터는 노년 정도로 부른다면 크게 무리가 없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물론, 이 때의 장년은 장할 장 쓰는 1번 장년이 아니라 어른 장 쓰는 2번 장년이다.

 

우리말에서 한글로 적어 우리가 구분한다고 생각하는 소리는 2,300여 자인데, 한자로는 480여 소리밖에 표기하지 못한다. 그러니 동음이의어(또는 동철어)가 매우 많다. 그런 말 중에 의미에 혼동을 일으키는 말은 사용을 줄이거나 주로 사용하는 말 하나만 남기는 게 소통에 편할 것이다. 중년과 같은 의미의 장년은 버리고, 이젠 중년과 노년 사이를 장년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청장년, 중장년과 같은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어디를 가리키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지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