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외래어 범벅 금융용어, 외계어 아닌가요? - 이지아 기자
외래어 범벅 금융용어, 외계어 아닌가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1기 이지아
jackie1008@naver.com
‘신한얼리버드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A-e)’. 시중의 어느 펀드 이름이다. 일반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인지 설명 하는 것은 어려울 법하다. 금융감독원의 설명에 따르자면 맨 앞의 ‘신한’은 펀드 운용사이다. ‘얼리버드’라는 영어 표현은 ‘일찍 시작한다’는 의미로 초기 투자자에게 특별한 혜택이 있음을 암시한다. ‘증권투자신탁[주식]’은 투자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의미이고, ‘종류A’는 펀드의 특정 유형을 의미하며 ‘e’는 투자자가 인터넷으로 거래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열다’라는 간단한 뜻을 ‘개비(開扉)’라는 한자어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DSR’이라는 영어 줄임말로 표현하는 등 의미를 쉽게 알기 어려운 금융용어들이 많다.
생소한 외국어와 한자어로 가득한 금융용어들은 한글로 표기되어 읽지 못하는 글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2021년 4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며 소비자의 권익 강화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금융약관과 설명서에는 여전히 외래어와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들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지금도 금융 업계에서는 레버리지, 리밸런싱, TDF 등의 와닿지 않는 외래어와 보험대위, 일상배상책임 등의 한자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금융감독원에서도 설명에 사용하는 ‘펀드’라는 말 자체도 외국어이다.
금융감독원 보험리스크관리국에 근무 중인 박 모씨(28)에 따르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이라는 상품명으로 인해 연금 수령을 강조하는 바람에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오인해 보험사기를 입은 피해자들이 많다고 한다.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차이를 단어만 보고 직관적으로 알기는 어려우며, 설명 또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용어는 소비자에게 불편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약관과 계약서 내용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으면 이는 민원과 분쟁의 원인이 되며 사회적으로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용어를 비롯한 공공용어를 새로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외국어 사용을 지양하고, 한자어를 우리말로 풀어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듬어진 우리말을 우선적으로 사용하여 국민들이 금융용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어려운 금융용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교육을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적 도움을 통해 소비자들의 더 나은 금융생활을 위한 공공기관에서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