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광주 사태”는 표현의 자유인가 - 기자단 12기 조유빈
“광주 사태”는 표현의 자유인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조유빈
2025년 6·3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강조하면서도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지칭해 논란을 불렀다. 5·18 단체들은 “중대한 역사 왜곡 발언”이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타인의 기억과 존엄을 훼손하는 발언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역사 왜곡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광주 폭동”,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허위 주장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이나 사회 인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축소하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이견’ 수준이 아니라,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가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자유론에서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하는 ‘표현의 자유’
자유주의 사상의 기초를 놓은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표현의 자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이 무한정 허용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표현의 자유의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다수도 틀릴 수 있다. 인류는 실수를 수정하며 진보해왔고, 이를 위해 소수의 의견이 필요하다. 둘째, 틀린 의견도 진리를 선명하게 한다. 반대되는 의견과의 충돌을 통해 진리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셋째, 사회 전체의 효용을 높인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때 사회는 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넷째, 진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지속적인 토론을 통해 진리는 점진적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밀은 이 모든 전제 위에 하나의 강력한 조건을 붙인다. 바로 ‘해악의 원칙(harm principle)’, 즉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만 자유가 허용된다는 조건이다.
왜곡 표현은 사회적 해악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표현은 이 ‘해악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이는 단지 역사에
대한 다른 시각이 아니라, 검증된 사실을 거부하고, 고통의 기억을 조롱하는 폭력적인 언어 행위다. 따라서 5·18 왜곡 표현은 자유의 이름으로 옹호될 수 없다.
2021년 개정된 5·18 특별법에 따르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5·18재단이 지난 3년 동안 고발한 왜곡 사건 12건 가운데, 실제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처벌 근거는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이 존재하더라도, 그 법이 작동하지 않으면 진실은 계속해서 침묵당하고, 피해자들은 또 한 번 외면당하는 셈이다. 이에 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집행력을 강화하고, 허위 발언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공직에 출마하거나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 역사 왜곡 발언을 했을 경우,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묻는 분위기 역시 필요하다. 공직자는 단지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공적 언어의 무게와 책임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