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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조기 영어’는 되고 ‘조기 한국어’는 안 되나요? - 기자단 12기 홍예슬

한글문화연대 2025. 6. 5. 10:43

조기 영어는 되고 조기 한국어는 안 되나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홍예슬

 

모국어 뿌리도 내리기 전에 영어부터? 교육이 거꾸로 간다.

요즘 한국의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열풍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공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보면 만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를 둔 가구가 20237~9월 사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무려 8,154억 원에 달했다. 이런 사교육의 광풍은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유치원(영어 학원)의 입학시험에서 시작되었다. 영유아 사교육의 중심인 영어유치원(영어 학원)에선 모국어의 사용이 철저히 금지되고 영어로만 소통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문제는, 3~6세는 인간의 언어 뇌가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라는 점이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소리-단어-문장-의미 파악의 순서로 언어 체계를 자연스럽게 익히며, 모국어인 한국어의 어휘력, 문장력, 표현력 등이 급격히 확장된다. 그러나 최근 영어 사교육의 확산으로 인해 아이들은 한국어가 충분히 자리 잡기도 전에 영어 위주의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언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는 어순, 발음, 음절 구조, 의미 체계까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보고 'apple'이라고 먼저 인식하는 순간, 한국어 어휘 습득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두 언어 모두 부족한 상태'의 언어 발달 지연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유아교육학논집에 실린 김민진의 연구에 따르면, 조기 영어교육은 유아의 사회언어학적 능력 습득 및 발달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며, 모국어의 발달은 단순한 문자 인식 이상의 정서적, 인지적 기반이 되기 때문에 유아 시기에는 반드시 모국어 중심의 교육환경에서 정규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영어 조기교육의 그늘, ‘조기 한국어가 답이다.

그렇다면 모국어 발달을 지키면서도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교육 방식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조기 영어교육보다 아이의 언어 발달 단계를 고려한 모국어 중심의 교육환경을 먼저 조성할 것을 권한다. 기사 제목에서 제시한 질문처럼, ‘조기 영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조기 한국어’, 즉 한국어를 충분히 경험하고 사용하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것이 곧 모국어인 한국어라는 점이다.

 

실생활에서의 접근하기 쉬운 활동으로 알아보면 이중언어 동화책, 영어 노래놀이, 놀이 중심 영어 노출(: 영어로 간단한 역할극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부모와의 대화 시간, 풍부한 어휘 환경, 책 읽기와 말놀이 활동 등 모국어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언어 자극은 가장 강력한 언어교육이 될 수 있다.

 

언어는 단순한 문자 해독 능력이 아니라,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사회적 수단이다. 영유아기는 언어를 통해 말 걸기’, ‘감정 표현’, ‘공감하기를 배우는 시기이며, 이런 사회언어적 기능은 모국어로 충분히 형성된 후에야 다른 언어에서도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