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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의미는 통했지만, 느낌은 달라 – 인공지능 번역이 놓치는 것들 - 기자단 12기 강지은

한글문화연대 2025. 6. 5. 11:15

의미는 통했지만, 느낌은 달라 인공지능 번역이 놓치는 것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강지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구절이 영어로 번역되면, 과연 그 울림까지 옮겨갈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언어를 해석하고 번역해준다. 스마트폰만 꺼내면 누구나 손쉽게 외국어를 읽고 말할 수 있고, 파파고나 구글 번역, 챗지피티(GPT)처럼 실시간으로 언어 장벽을 허무는 도구들이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다. 한편, 한강 작가의 소설이 해외에서 번역되어 주목받고, 한국 문학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지금은, 문화와 감정이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번역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문화와 정서, 언어의 결을 나누는 예술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번역은 과연 문장에 깃든 의미뿐 아니라, ‘말의 결정서까지도 충실히 전달하고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세 가지 인공지능 번역기인 파파고, 구글 번역, 챗지피티를 활용해 다양한 문장 유형을 비교 분석하였다. 대상은 시, 소설, 속담 등 문학성과 문화성이 높은 문장들이다.

 

먼저 시 실험에선 윤동주 시인의 서시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구절을 번역해 보았다. 이 문장은 시적 운율과 정서가 돋보이는 표현이다. 세 번역기 모두 의미는 비슷하게 전달했지만, ‘하늘을 우러러라는 표현은 대부분 “look up to the sky” 정도로 번역되어, 시어가 지닌 울림은 크게 줄어들었다. 시의 맥락 속에서 느껴지는 반성적 태도나 소망은 드러나지 않았으며, 번역은 설명문처럼 느껴졌다.

 

소설 문장도 비슷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그의 눈빛은 말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라는 문장은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담긴 표현이다. 이 문장을 번역했을 때, 의미는 모두 비슷하지만, 문장의 분위기나 여운, 작가 특유의 절제된 문체는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참고로 전문 번역가는 이 문장을 ‘His gaze held more than any words could convey’로 번역하였다. 미묘하지만 번역가의 표현이 문장의 정서를 더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속담은 특히 문화적 함의가 강하기 때문에 번역이 까다롭다.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의미가 왜곡되거나 전달되지 않기 쉽다. 인공지능 번역의 가장 자연스러운 표현은 챗지피티의 의역 형태였지만, 속담이 함축하는 교훈과 정서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인공지능 번역이 문장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상당히 유효하지만, 그 안에 담긴 느낌까지는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문학, 격언, 속담처럼 언어의 결이 중요한 문장일수록 그 한계가 두드러진다. 이는 기계가 아직 말맛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감각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인공지능 번역은 분명 편리하고 강력한 도구이다. 인공지능 번역은 이미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고, 앞으로도 더 정교해질 것이다. 하지만 언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 맥락, 문화의 집약체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 번역의 시대에도 언어를 읽는 감수성은 여전히 인간에게 중요한 능력으로 남게 된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언어의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