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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어려운 공공언어, 정말 국민을 위한 말인가요? 12기 강지은

한글문화연대 2025. 7. 21. 14:44

어려운 공공언어, 정말 국민을 위한 말인가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강지은

kje0739@naver.com

 

고지서나 안내문을 받아 들여다보다가 무슨 말이지?’ 싶었던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주민센터, 세무서 등에서 발송하는 각종 문서에는 기한 내 미납 시 가산금 부과 및 체납처분 대상이 됩니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런 문장은 기한이 지나면 돈을 더 내야 해요처럼 쉽게 바꿔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어렵고 딱딱한 공공언어가 여전히 국민의 일상에 널리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언어란 사회의 구성원이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전제로 사용하는 공공성을 띤 언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만드는 각종 공문서, 대중 매체에서 사용하는 언어, 더 나아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나 간판에 사용하는 언어도 공공언어의 범주에 해당한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쓰는 공공언어는 국민 생활과 밀접하여 국민의 알 권리, 참여권, 평등권과 직결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법률 용어, 한자어, 복잡한 문장 구조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1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2명만이 공공언어가 이해하기 쉽다고 응답했다.

 

예를 들어, 동대문구청이 20256월에 배포한 임대사업자 의무 사항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기존 임대차계약의 임대료 대비 5% 이내에서 증액 가능함. 임대차계약(묵시적갱신 포함) 또는 약정한 임대료 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 임대료 증액 불가.”

 

또 다른 부분에서는 이렇게 안내하고 있다.

 

등록 임대주택이 임대의무기간과 임대료 증액 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재산임을 소유권등기에 부기등기해야함.”

 

이러한 표현은 단어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문장이 지나치게 길고 압축적으로 작성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정보를 해석하는 데 부담을 준다. ‘임대료는 직전보다 5% 초과하여 올릴 수 없고, 계약한 지 1년 이내에는 다시 올릴 수 없습니다.’ ‘이 집이 임대용이라는 사실을 등기부등본에 따로 표시해야 합니다.’처럼 풀어서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은 각주를 활용하는 방법 등으로 추가적으로 설명한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동대문구청에서 배포한 임대사업자 의무 사항 안내문의 일부

 

어려운 공공언어는 특히 고령자, 다문화가정, 저학력자 등 언어 취약 계층에게 더 큰 장벽이 된다. 읽기 어렵고 복잡한 문서는 결국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제한하며, 이는 곧 사회적 소외로 이어질 수 있다. 한글이 누구나 배우기 쉬운 문자라면, 공공언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져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해 국립국어원은 2021년부터 공공언어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고지서알림 편지, ‘소득 분위소득 단계로 바꾸는 등 어려운 용어를 순화하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문서 언어 감수를 통해 기관별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아직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많은 기관이 여전히 정확한 표현이나 법적 근거를 강조하면서, ‘국민이 읽는 언어보다 기관이 쓰기 편한 언어를 우선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공언어는 단지 문장의 형태를 넘어서, 행정과 국민을 연결하는 소통의 첫걸음이자, 신뢰의 출발점이다. 정보는 보여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전달되고 이해되어야 비로소 기능한다. 공공의 말은 어렵지 않아야 한다. 모두를 위한 말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