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순우리말이 아닌 ‘순우리말’, 한글사랑관의 문제를 해결하다 - 기자단 12기 김민지
순우리말이 아닌 ‘순우리말’, 한글사랑관의 문제를 해결하다
한글문화연대 12기 대학생 기자단 김민지
우리나라에 국어와 한글을 지키기 위한 지방 공공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표적으로, 충청북도 교육문화원이 이에 속한다. 충청북도 교육문화원은 그 아래에 ‘한글 사랑관’을 두고 있다. 공식 누리집에 따르면 한글사랑관은 한글의 문화적 가치와 우수성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전년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최 및 문집을 각급학교에 전달하여 누적 9,000명 이상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근황은 현재 한글사랑관이 충청북도와 건물이 위치한 청주에서의 성실한 활약을 암시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관은 큰 한계점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로 한글사랑관의 순우리말 게시판에서, 순우리말이 아닌 낱말을 ‘순우리말’로 소개하는 일이 빈번한 것이다. 이는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기관으로서 굉장히 치명적인 약점이다. 오직 한두 낱말만이 잘못 등재된 것도 아니다. 그 가짓수도 매우 많을뿐더러, 오로지 한자로만 구성된 낱말조차 순우리말로서 게시된 점은 매우 안타깝다. 각 게시글의 평균 조회수가 약 2,706회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해당 글을 읽고 잘못된 정보를 가지게 되었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 한글사랑관의 잘못된 정보 전달 현황
이러한 문제에 대한 건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23년, 필자는 당시 순우리말 게시판에 게시되어 있던 한자어 또는 혼합어인 ‘황혼기(黃昏期)’, ‘황송하다(惶悚하다)’, ‘은총(恩寵)’ 등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다. 이는 세 낱말이 순우리말 게시판에서 지워졌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게시판의 관리 부족에 대한 지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글 사랑관 측은 ‘황혼기’와 ‘황송하다’만을 삭제했으며, 여전히 ‘은총’은 순우리말 게시판에 ‘순우리말’이라는 명목하에 놓여 있다. 건의 이후에도 꾸준히 한자어나 혼합어가 순우리말 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당장 올해 4월 7일에도 ‘바늘방석’이 순우리말 게시판에 올려짐), 담당자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 또한 충분히 제기된다. 실제로 낱말을 게시하기 전, 사전을 찾아보기만 하여도 해당 낱말이 순우리말이 맞는지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있다. 게시판 담당자가 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에 잘못된 정보가 전달된 것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유추할 수 있으며, 이용자로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 잘못된 정보 전달에 대한 건의문의 게시
순우리말이 아닌 낱말을 순우리말인 것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후속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고유어에 대한 정보 부정확성은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기관으로서의 명예에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가 많은 책을 자연스레 덮게 되는 것처럼, 이용자 또한 신뢰를 저버린 기관에 대한 믿음은 점점 얕아진다. 해당 기관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 자연스레 관람객의 방문 또한 줄어들 것이며, 나아가 국어에 대한 관심 또한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글사랑관이 지금과 같은, 또는 지금보다 더 큰 부흥을 하기 위해서는 국어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시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2023년에 이어 필자는 이러한 한글사랑관의 관리 문제에 대한 건의문을 게시한 상태다. 또한 잘못된 정보의 시정과 함께 꼼꼼한 검토 후의 게시를 통해, 믿음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서 남아달라는 작은 바람을 전달하였다. 다행히 5월 20일, 기관 또한 위의 부탁에 대해 향후 게시물을 더욱 철저히 검토하겠다는 응답을 남겼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류를 지적당한 단어를 삭제 처리하는 꼼꼼함 또한 보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글사랑관이 국어 정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톡톡히 해 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