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뉴턴이 사과를 보고 떠올린 건 '만유인력'이 아니다 - 기자단 12기 문성진
뉴턴이 사과를 보고 떠올린 건 '만유인력'이 아니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문성진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본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뉴턴이 떠올린 것은 '만유인력'이 아니다.
▲『뉴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7』
뉴턴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æ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1687』에서 설명한 개념은 ‘universal gravity’이다. 이 개념이 동아시아로 전해지면서 일본 학자들이 '만유인력(萬有引力)'이라는 한자어로 번역했고 그 표현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만유’는 ‘모든 곳에 있다’라는 의미이지만, 현대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다. ‘인력’은 ‘잡아당기는 힘’을 뜻하지만, 자연계에는 잡아당기는 힘이 하나가 아니므로 정확한 힘의 성격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보편 중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보다 직관적이고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자는 의견이 있다. ‘보편’은 현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이고, ‘중력’은 그 힘의 성격을 정확하게 나타낸다. 실제 영어를 직역해도 ‘보편 중력’이 더 정확한 의미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번역상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 교육 안에 남아있는 일제의 언어 흔적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식 교육과정이 한국에 들어왔고, 그때 사용된 많은 일본식 용어들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교과서와 학술 용어 속에 남아있다.
‘청산가리’도 일본에서 유입된 용어로, ‘가리’라는 표현은 칼륨의 일본 발음인 ‘가리우므(カリウム)’에서 왔다. 현재 대한화학회는 ‘사이안화 포타슘’의 원어 표현을 권장하고 있다. 사회 분야에서도 이러한 일본식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의원내각제’이다. 이 제도의 기원은 영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표현인 ‘의원내각제(議院内閣制)’를 사용하고 있다. 원어인 영어 ‘Parliamentary system’을 생각하면 ‘의회제’가 적절하며 이는 의회가 정부를 구성한다는 본래 의미를 더욱 정확히 전달한다. 수학에서도 일본식 표현의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승(乗)’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곱셈의 의미를 나타낸다. 우리나라에서는 ‘2의 2승’과 같이 거듭제곱을 표현할 때 ‘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제곱으로 바꿔 사용할 수 있으며 ‘2의 3승’이 아닌 ‘2의 세제곱’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이처럼 과학, 사회,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유입된 학술 용어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과 학문에 남아있다. 언어는 단순히 말과 글을 주고받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일본식 표현을 계속 쓰면 우리도 모르게 일본의 사고방식을 따라가게 될 수 있다. 우리말로 학술 용어를 써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개념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우리 고유의 시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용어를 당장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랫동안 사용된 용어는 많은 사람에게 익숙해져 있으며 대체할 표현이 지금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의 기원을 알고, 더 나은 표현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