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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시대에 따라 변하는 한글, 국문학과의 역할은? - 기자단 12기 오아섬

한글문화연대 2025. 9. 11. 10:50

시대에 따라 변하는 한글, 국문학과의 역할은?

 

한글과 한국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제곧네(제목이 곧 내용이다)”, “중꺽마(중요한 일에는 꺾이지 않는 마음)” 등 신조어와 줄임말이 매년 수십 개씩 등장하며, 이 변화는 특정 세대나 계층에 머물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청소년의 71.8%가 순우리말보다 신조어와 줄임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20대는 이러한 현상을 창의적 언어유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젊은 세대일수록 한글 파괴라는 우려 대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언어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의 양상과 사회적 배경

과거에는 언어의 의미 변화가 한 세대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몇 달, 심지어 며칠 만에 전국적으로 퍼진다. 변화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도 점차 받아들이는 추세다. 특히 영상 문화의 영향으로 영상 속 표현이 일상어로 자리 잡고, 방송과 광고 등 공식 매체에서도 새로운 줄임말과 외국어 혼합 표현이 늘어나고 있다. ‘주방 맡김(오마카세)’, ‘자기 찍기(셀카)’, ‘이모 맡김(이모카세)’, ‘달력 박제(캘박)’ 등 외국어와 한국어의 혼합어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국문학계의 시각과 변화 수용

국문학계와 언어 관련 전문가들은 신조어, 줄임말, 외래어 혼합어의 확산을 한글과 한국어의 파괴로 보는 비판적 시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신조어와 줄임말이 한글의 규범성과 아름다움을 훼손한다는 주장뿐만 아니라, 소통과 재미를 위한 언어 유희가 아닌 언어폭력을 가져온다는 의견도 있다. 가능한 한 토박이 말로 바꾸려는 순화운동 등은 언어의 규범성과 고유성을 지키려는 전통적 태도와, 소통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변화 수용적 시각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국문학도)사이에서는 교수진의 영향 아래 비판적 시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으나, 동시에 신조어의 사회적 맥락과 세대 간 소통 문제에 대해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A씨는 신조어 때문에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신조어가 사회 감정과 정체성을 담은 중요한 신호라는 긍정적 인식을 동시에 표했다.

 

변화하는 언어 환경 속 국문학도의 역할

한국어와 한글 변화를 바라보는 국문학의 역할은 단순한 비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새로운 표현과 언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시대와 정체성이 담긴 사회문화적인 산물이다. 국문학은 이러한 현상을 파괴로만 규정해 무조건적인 비판에 머물지 않고, 변화의 맥락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국문학은 변화 속에서도 의미를 읽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언어에 담긴 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는 등 대중과 학생들에게 문해력을 비롯한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신조어와 줄임말이 왜 등장했는지, 어떤 사회적 배경과 감정을 담고 있는지 탐구하며, 언어의 본질과 소통의 가치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표현에 담긴 사회적 의미와 권력 관계, 성별 문제 등을 분석하고, 대중문화 속 언어 사용의 특성과 한계를 짚어 건강한 언어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길

국문학은 이제 단순히 한글을 보존하는 데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언어 환경 속에서 한글의 새로운 아름다움과 깊은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사회 전반에 널리 알리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전통의 유지에 그치지 않고,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언어를 통해 이해와 공감을 나눌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앞으로 국문학과 국문학도는 변화와 전통의 균형을 이루며, 모두가 의미를 읽는 힘을 갖도록 돕는 미래지향적이고 포용적인 언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