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학생 10명 중 9명 ‘문해력 저하’… 한자 교육만으론 부족, ‘맥락·사고력’ 교육 병행해야 - 기자단 12기 조유빈
학생 10명 중 9명 ‘문해력 저하’… 한자 교육만으론 부족, ‘맥락·사고력’ 교육 병행해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조유빈
2024년 10월 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전국 초·중·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91.8%의 교원이 과거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어휘력 부족’이 꼽혔으며, 34.4%의 교사는 수업 중 어려운 단어나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31%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교사들이 제시한 문해력 개선 방안 중 하나로 ‘한자 교육 강화’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자 교육이 문해력 회복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승우 교수는 “국어 어휘의 절반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1,500자 내외의 교육용 한자 학습은 문해력 향상에 분명 도움이 된다”라고 하면서도, “문해력 저하의 본질은 단순한 어휘 부족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맥락 이해 능력의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임동훈 교수 역시 “문해력은 단어를 해독하는 능력만으로 길러지지 않는다”라며, “학생들이 ‘나라 國, 말 語’처럼 개별 글자를 외우는 방식보다 ‘국어, 국민, 국화’ 같은 단어들이 맺는 의미 관계 속에서 ‘국’의 뜻을, ‘경어, 평어, 비속어’의 관계 속에서 ‘어’의 뜻을 이해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자 교육은 국어교육의 틀 안에서 맥락적 이해와 사고력 확장을 돕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두 교수는 공통으로 문해력 향상에는 비판적 사고 훈련과 맥락 읽기 교육이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게임의 이야기 구조를 분석하거나 유튜브 댓글의 찬반 논리를 정리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게 하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는 학습’으로 텍스트를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 또한 “한자 교육은 어휘 확장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문해력은 사고력과 맥락 이해력의 문제인 만큼, 이를 길러주는 수업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교사들의 지적대로 한자 교육 강화가 문해력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는 있지만, 문해력 저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한자교육과 함께 비판적 사고력·맥락 이해력 중심의 수업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자 교육은 문해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만능열쇠는 아니다. 맥락 속에서 어휘를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글을 해석·활용하는 훈련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문해력 회복의 핵심이다.